마음공간/생각의 구름

도망자 혹은 꿈을 잃은자의 방황과 일탈에 대한 변명

담연. 2017. 5. 5. 23:29

여러 동안 나는 미래의 모습과 관련하여 너무도 당연한 사실인 것처럼 '그' 길을 걷고 속에 있는 나를 떠올렸었다. 그랬었기에 힘든 시간에서 도망치지 않고 견딜 있었.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응당 지나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 왔던 현실적인 어려움과 그로 인한 마음의 소진이 곳곳에 복병으로 숨어서는 중요한 순간에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 결국 '완전한 꿈'을 이루기에는 2% 모자란 상태에서 대충 마무리를 해야 했그래도 괜찮다 여겼지만, 문제는 터널을 지난 이후였다. 

 

등 떠밀리듯 과정들을 마치고 난 후, 내가 생생하게 떠올리던 미래의 모습과 나의 길이 이상 없어진 시점에서어느 길로 걸어가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 하면서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의미가 사라져버렸. 것을 할까, 것을 할까, 어느 것을 선택하지도 못하였고 어떤 것도 시도하지 못하였다. 결국 고됨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밑도 끝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의미도 동기도 의지도 의욕도 열정도 없는 시간은 내가 여태껏 살아왔던 시간과는 너무도 달랐기에, 보통 사람이라면 무난히 보내고 오히려 나은 삶을 시작할 발판을 마련할 절호의 찬스인 시간이 나에게는 다른 불행과 고통의 시간이 되었. 

 

이런 저런 변명을 아무리 늘어놓아봤자 결국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음을 알고 있다. 애초에, 그러니까 14, 15 전부터 너무도 편협하고 단순했던 꿈을 그려 왔던 것이 가장 문제이고, 풍부한 내적자원과 창의성을 개발하지 못한 성장과정의 잘못이며, 10년이라는 과정 속에서 미래를 꿈꾸지 않았고, 예상치 못했던 사건에 너무 좌절감을 느끼고 무너졌던 잘못이다. 

 

하지만 내가 이후에 그토록 절망스러운 상태에 놓였었고 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스스로가 너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대체 내게 뭐가 부족했던가, 나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을 치려 했던가, 내게 필요했던 것과 내가 가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나, 진정으로 원했던가, 하는 그런 것들에 대한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겠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은 분명해지고 있고아직 그림은 뚜렷하게 잡히지 않지만 적어도 10단계를 나아가야 한다면 2,3단계까지에 해당하는 방법이 눈에 들어온다.

 

큰 방황없이 그저 주어진 대로 걸어가면 안되니, 하는 질문을 받을까 두렵다

자타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답은 아직 없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삶의 과정 속에서 매우 중요할지도 모를 이 시점에 크나큰 위험을 감수하며 무리한 일을 벌이고 있으니. 물론 이 시간들이 내 삶이나 내 자신을 드라마틱하게 바꾸어줄 것이라는 허황된 기대따위는 결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것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아직은 더 방황과 일탈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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