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연. 2017. 5. 10. 04:57

5.5.17


가벼운 생각이 떠올라 노트북의 뚜껑을 열지만 심도있는 글을 써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아무 것도 적지 못한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글쓰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대다. 괜한 강박에 사로잡힌다. 


원래 나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순간 종이에 받아 적는 스타일이었다. DSLR 출시되고 대단한 유행이 지나가던 그 시절에도 필름카메라를 고수했던 것처럼,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감성을 온전히 받아내지 못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종이와 펜보다는 키보드를 두드려 생각을 담아내고, 무거운 필름카메라가 아닌 가겹고 작은 똑딱이 카메라를 더 가까이 하고 있다. 습관과 신념은 '쉬움' 이라는 것에 의해 쉽게 대체되었다. 

 

종이와 필름은 아주 사소하지만 오롯이 느끼고 싶은 순간을 따뜻하게 보듬어 준다. 종이에 닿은 생각의 감촉과,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숨을 들이마신  재빨리 누른 묵직한 셔터음만큼 말로 설명할 없는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주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일까. 허전한 마음을 무어라 설명할 길이 없다. 


 


가까운 타인 혹은 가까워지고 싶은 타인과 공간에 있으면서도 순간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은 나로서는 좀처럼 익숙해지기 힘든 일이다. 

 

마치 2병에 걸린 것처럼 삶이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과연 현실과 속세와 타협을 해야 하는 것인지,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이 두둥실 떠다닌다. 괜히 현실에 적응하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마치 어느 대선후보가 내뱉는 뚜렷하지 않은 언어처럼, 그러니까 꿈이니 이상이니 미래니 변화니  그들에게 가닿지 않을 말들을 짖어대고 있다. 현실에서 조금 벗어나 이상한 시간을 보내며 막연하게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 나에 대한 변호이자 변명의 덩어리들이다. 


이러한 상념들을 해결해야 하지만 나는 직면을 미루고 있다.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머리 생각과 논리는 텅텅 비어가고 이를 채우기 위해 목구멍을 넘어가는 것들의 양이 늘어가지만, 허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이제는 그만 삶에 대한 나의 신념을 세우고 믿음’ ‘신념이라는 것에 익숙해져야 적절한 때이지 않을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