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을 보내고 19개월을 맞이하며.
1.
자기 주장이 늘어났고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없을 때 좌절하기도 하지만
상황에 맞게끔 참고 조율할 줄도 안다.
2.
그네 욕심쟁이가 되었는데,
언니 오빠 친구들에게 그네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보하기 싫어 버티다가도
너도 양보를 받으니 양보를 해야 한다 는 설득에
마지못해 내려오게 되고,
그런 아이에게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니
아이도 스스로 박수를 치며 내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곧 손으로 가슴을 치며(="내가, 내가")
그네를 탈환하고자 하니,
아이를 자주 마주치는 분들은
"아기가 그네를 정말 좋아하더라"
는 이야기를 하신다.
3.
머리 감기를 어려워 하는데, 물놀이 이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눈썰미가 더 좋아지고 사소한 행동들을 모방하고 시늉을 낸다.
4.
말귀를 거의 다 알아듣는다.
펜, 빵, 빠(오빠), 빱(밥), 맘마, 냠냠, 우와~(+박수), 정도로
표현언어발달은 더딘 편이고,
말소리 모방을 하지 않으려 한다.
잘 안되는 일이 있을 때 섣불리 시도하지 않거나
정밀한 손동작을 할 때 손을 숨기는 모습과 통하는 듯한데,
뭔가... 잘하지 못할 것 같으면 안하는?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자신 있을 때 시도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5.
엉거주춤 바지를 올려 입고,
손을 뒤로 해서 엉덩이 부분도 올려 입는다.
벗는 것은 거의 다 가능한 것 같다.
숟가락, 포크 사용이 꽤 정교해지고 덜 흘린다.
물컵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낱개 포장 된 크림치즈를 잘 벗겨 먹는다(내건데..).
아침 식사로
완전 낫또 홀릭이었는데 여행 이후 입에도 안대고,
연두부, 요거트, 빵, 우유 등을 먹는다.
낫또나 연두부는 스스로 뜯어 먹는다.
손 씻고, 치카치카 하고, 세수하고, 엄마 세수 시켜주고,
머리 감는 시늉 하고, 몸에 비누칠도 한다.
아이 아빠가 샤워시킬 때 등에 거품 비누를 짜줬는지
비누칠 하자~고 하니
스윽 엉덩이를 내밀고 등을 보여준다(미쳐...내심장...).
6.
단지 내 키즈룸에 가면
다른 아이들에게 너무 관심을 보인다.
누군가 뭘 하고 있으면 가서 참견한다.
자기도 그 행위를 하려고 하거나 그 장난감을 갖고 놀려고 한다.
그런데 비슷한 또래 아이들은
아직 상대에게 큰 관심이 없어서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게 되니
뭔가 아이가 뺏거나 차지해 버리는 그림이 되어 불편하다.
극 내향형에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을 몸서리 칠 정도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매번 진땀빼는 상황이 연출되니
키즈룸 가기가 무섭기도...
무더위에 딱히 갈 만한 곳도 없고...
7.
18개월 마지막 한 주 동안은
일주일간 이어진 설사와 탈수증상(기운없음, 소변량 급감)으로
힘들어했다.
돌이 지나서 겨우 이틀 정도 열이 올랐던 것 외에
아팠던 적이 없었던 지라
약을 먹이는 것도 서로 어색했고,
늘 활발하고 기운 넘치던 아이가
조금 놀다가 기운 없이 축 늘어지고 바닥에 엎드리고
품에 안기고 눕고 하는 모습들이 낯설었다.
식사량은 반의 반토막이 났고,
1,2일날 설사를 한 번 씩 했다가
삼일 째에는 새벽부터 주르륵 흐르는 설사를 6번 정도 했고
오일 째 정도 되어서야 변이 조금씩 물러지기 시작하더니
칠일 째에는 온전한 찰흙을 뭉쳐 놓은 것 같은 질감으로 회복되었다.
아마 그 전 주 제주 여행에서의 물놀이와
뷔페 음식을 자주 먹었던 것이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다.
동네 소아과에서는 약을 먹여도 하루 만에 차도가 보이지 않으니
설사 증상이 낫는 동안 탈수 증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우려되어
2차 병원을 가라고 권유하였고,
2차 병원에서는 너무 어린 아기라며 입원을 시킬 수도 없고
이정도로 어린 아기에게 맞는 약물 처방 코드도 없다고 했다.
답답했고, 한편으로는 허탈했다.
결국 동네 소아과 약으로 6일 정도만에 좋아진 택이었고,
병원에서는 바이러스성인지 일반 설사인지 분별을 해주지도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열이 없었다는 것.
아픈 아기를 두고 일을 가야 하는 것도 괴로웠다.
다행히 엄마가 잘 봐주시니 조금은 안심 되었지만..
아픈 아이 곁에 함께 해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을 애써 외면하려
노력해야만 했다.
칠일 째, 스스로도 컨디션이 좋아진 게 느껴지는 지
하루 종일 점프하고 다다다 뛰어 다니고
계속 깔깔 웃고 장난치고
주는 대로 다 받아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보는 우리도 행복했다.
다사다난 했던 지난 2개월.
아기는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놀기도 좋아하고
장난도 늘고
외출도 좋아하고
잘 웃고 잘 울고
...
참, 치아는 윗니 네 개, 아랫니 두 개. ㅋㅋㅋ
너무 사랑스럽다.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 아기.
또 신나는 하루하루를 잘 보내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