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간/생각의 구름

[생리컵] 세 달 째 사용 후기

담연. 2016. 10. 16. 01:36

첫 후기를 쓰고 장기여행을 떠난 후 지금까지 두 번의 생리 기간이 있었다. 사족을 붙이자면 열흘 간의 고산 트레킹을 하면서 생리를 한 번 했고, 트레킹 후 그러니까 생리주기 2.5주만에 다시 생리기간이 있었다. 추측컨대 여태 이렇게 단 기간에 갑작스럽게 살이 빠진 경험이 처음이라 몸에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생리컵의 보조 아이템으로 면생리대를 준비했다. 잠을 잘 때 혹시 넘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버나이트 사이즈 한 장, 외출 시 생리컵을 갈기 어려울 때 넘쳐 흘러도 안심할 수 있도록 소형과 팬티라이너 사이즈 4-5장.


최근 두 번의 생리 기간 동안 생리컵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특히 네팔 고산에서의 경험은 잊을 수 없다. 그 어떤 위생과 청결이 결코 보장되지 못하는 화장실과 샤워실에서의 생리컵 교체(이 글을 읽는, 네팔 트레킹 경험 없는 분은, 결코 상상도 못할 그런 환경....ㅠㅠ....), 트레킹 중 도무지 컵을 갈 힘도 의욕도 없어서 연속 이틀 착용 경험, 쪼그려 앉아서 쉬를 하다가 스몰 사이즈 생리컵이 뿅 빠져서 그대로 빠이빠이 한 경험(이후 완전 트라우마가 되어서 산에서 쉬 할 때 정말 공포 그 자체였음). 그리고 여행하면서 생리 중 한 시간 짜리 타이마사지를 받기도 했고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기도 했다. 그 동안 느낀 점들을 두서 없이 정리해보고자 한다. 




- 생리통 : 확실히 '밑이 빠질 것 같은 고통스러운' 생리통이 줄어 들었다. 특히 두 기간 모두 이삼일차 까지는 양이 굉장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생리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고통의 정도와 지속기간이 줄었다고 해야 할까? 더 지켜보면 확실해지겠지만 두 번의 경험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 생리양 : 2-3일차 까지는 무척 많지만, 그 이후로는 정말 확연하게 양이 줄어든다. 이게 정말 큰 차이인데, 생리대로 계산을 하면 내 생리기간은 일주일, 딱 7일인데, 컵으로는 3-4로 잡아도 될 것 같다. 물론  혈이 완전히 멈추기 까지는 일주일가량 걸리지만 생리대를 사용했을 경우 짐작되는 생리의 양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 냄새 : 첫 후기에는 냄새가 없다고 썼지만, 혈 특유의 향이 있고, 특히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 컵 자체에서 나는 향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동물의 내장의 냄새라고 해야 하나. 그런 야리꾸리한 비릿한 냄새가 컵에 베어 나온다. 그래서 뜨거운 물에 담궈서 소독을 자주 하게 된다. 컵이 몸 속에 오래 있을 수록 향이 짙다. 그리고 생리 중 나만 느낄 수 있는 그런 비릿한 냄새는 여전히 난다. 특히 마사지 받을 때 계속 민망했다. 마사지사는 몰랐을 수도 있지만........ 과연...


- 면 생리대 (혹은 일회용 생리대) : 정말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위생과 청결에 대한 결벽 아닌 결벽이 있는 데다가 정말 외출 시에 공공장소에서 생리컵을 가는 것은 큰 모험을 요하는 일이라 판단. 생리컵+소형 또는 팬티라이너 조합이라면 하루 종일 외출 시 컵을 교체하지 않아도 문제 없다. 물론 가끔 생리대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 시 생리대만 교체하면 그만이다. 몸 안에 생리혈이 가득한 컵을 담고 있는 게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보다 더 편할 수는 없다. 특히 산에서 매우 유용했는데, 왜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산에서는 계속 생리가 새어나왔다(얼마나 정신이 나가 있었으면..). 


특히 야간에 매우 유용한데, 작은 생리컵이 사망한 이후 라지 사이즈를 사용하고 있지만 양이 많은 날 밤에는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오버나이트 생리대가 필수! 그리고 재밌는 건, 양이 많은 날 자고 일어나서 컵을 확인해 보면 가득하지 않고 3/4 가량만 받아져서 나오는데, 아마 그 윗 부분은 누워 있을 때 흘러 나온 양이 아닐까 추측만 해본다. 


- 기타 : 생리 기간에 외출하려면 생리대만 한 뭉탱이 챙겨야 하는데 그런 번거로움도 없고, 생리컵만 잘 챙겨 다니면 언제 생리가 터질지 몰라 조마조마 한 것도 없다.



단점

- 아직도 견딜 수 없는 것은 컵을 넣고 빼고 세척하고 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 그 자체이다. 아~~~주 많은 장점들이 있지만 정말 그 과정 자체가 생각보다 썩 내키지 않는 데다가 가끔 피곤할 때면 정말 정말 정말 너무 하기 싫어서 짜증이 날 정도이기도 하다 보니, 그냥 일회용 생리대를 사서 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혈이 새지 않는 걸 확인하더라도 수영은.. 아직까지는 시도해보지 못했다. 이건 단점보다는 약점? 이라고 해야 할까. 

- 나만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라지사이즈 사용 후 컵이 자꾸 몸 속으로 쑥 들어가버린다. ... 



결론은, 조금이라도 컵 사용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분들에게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변수가 많은 장기여행자들에게는 완전 강추다.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면에서 편하고 효율적이다. 컵은 계속 쭉 사용할 것이고, 그 어떤 문제점이 느껴지기 전까지는 컵 관련 포스팅을 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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