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꼬따오(Ko Tao)에서의 스쿠버다이빙. 철저하게 새롭고 아름다운 물 속 세계.
2016년 10월 19일 ㅡ 10월 31일 (?).
이 때 작성한 메모가 날라갔었는지 기록이 없어서 지금에서야(2017년 2월) 회상하며 기록을 남긴다.
이동 : 깐짜나부리 ㅡ 방콕 ㅡ 꼬따오
깐짜나부리에서 방콕으로.
깐짜나부리 여행자의 거리에 있는 여행사에서 방콕행 벤을 예약해서 탔다. 숙소에서 버스터미널까지 거리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방콕의 카오산로드에 내렸다.
우리가 아유타야로 가기 위해 방콕을 떠났던 날(아니면 그 전날) 서거한 국왕에 대한 추모로 대단했던 방콕의 모습들을 놓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약 일주일만에 다시 돌아온 방콕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정말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로) 죄다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각종 관공서로 추정되는 곳에 서거한 국왕의 사진과 추모리본이 걸려 있었다. 당시가 풀문을 하루이틀 정도 앞둔 날이었는데, 곳곳에서의 풀문파티가 취소되었고 마트에서는 술을 팔지 않기도 하였다.
방콕에서 꼬따오로.
무튼 우리는 카오산로드의 동해여행사를 통해서 그 유명한 롬프라야(lomprayah) 회사의 야간버스-여객선 조인트 티켓을 예약하였다. 저녁에 출발하는 야간 버스이고, 낮 시간 동안에 룸프라야 사무실 앞에 짐을 맡겨 두고 돌아다닐 수 있으며, 대여섯시 쯤 줄을 선 순서대로 버스좌석번호를 지정받는 시스템.
어느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발을 뻗고 편히 갈 수 있는 버스 2층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룸프라야 앞에서 거의 보초서듯 서성이다 1등으로 좌석번호를 받았다. 그런데......ㅠㅠ 진짜 그렇게 힘들게 1등을 하였건만, 정작 버스에 올라타보니 2층의 1,2,번 자리는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때문에 공간이 협소하였고, 3,4번 자리만 다리를 뻗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ㅜㅜ그 행운의 자리를 차지한 서양커플들에게 부럽다고 한 마디 날려 주었다.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여러분... 룸프라야 버스는 2층 3,4,번 자리입니다. 꼭 기억하세요......
밤 9시 쯤 출발한 버스는 가로등이 별로 없는 국도같은 길을 따라 쏜살같이 달려 새벽 두시 쯤 휴게소를 거친 다음 동이 트기 전 4, 5시쯤 태국 남부에 위치한 춤폰(chumphon)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꼬따오로 들어가는 배를 타야 했다. 배는 오전 7시라 시간을 떼워야 하는데, 선착장으로 가는 매표소쪽에 가면 누울 수 있는 선배드가 여러 개 있으니 버스에서 내리고 짐을 찾자 마자 자리를 선점하여야 한다! 물론 인근에 벤치가 많지만 선배드 짱.
배는 꽤 컸는데, 파도가 세서 그런지 많이 흔들렸고 균이 멀미로 조금 힘들어 하였다. 따오까지의 소요 시간은 가물가물 한다. 가는 길에 저 멀리서 하늘을 붉히며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었다.
다이빙. 물 속. 철저하게 낯설고 기이한 물리적 공간.
꼬따오 드디어 도착. 기대하던 섬이었던지라 두근두근했다. 미리 예약해둔 다이빙 샵의 픽업을 받아서 이동. 가자마자 오후 4시부터 이론 수업이 시작되었고, 이후 일주일 동안 PADI의 오픈워터 및 어드밴스 다이빙 교육을 받은 후, 균은 두 번의 펀다이빙을 더 즐겼다. 그러는 사이 강사님들과 자주 어울렸고, 인근의 아름다운 섬에도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아름답다는 따오의 석양도 마음껏 즐겼다.
스쿠버다이빙.여행을 떠나기 전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여행 초반에 실행하기 위해 고르고 고른 곳이 따오 섬이었다. 수영을 못해도 다이빙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을 했었는데, 아뿔사, 내가 물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그것도 파도로 내 몸을 가누기 힘든 바닷물을 더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거다.
PADI 교육과정을 간단히 설명해보면, 오픈워터(open water)는 초보용, 어드밴스드(advanced)는 초중급 교육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이후 강사과정이나 구조과정 등 몇 단계가 더 있다). 오픈워터에서는 이틀의 이론 수업 후 샵의 수영장에서 수영교육, 장비 착용 후 잠수 연습 등을 4일 동안 하게 되고, 어드밴스드는 이틀 동안 개방 수역, 즉 바다의 다이빙 포인트에 나가서 네 번의 다이빙을 하며 여러가지 안전기술 교육을 받게 된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이빙 해서 내려갈 수 있는 수심이었다. 오픈워터만 이수하면 잠수 시 18m까지, 어드밴스드를 이수하면 40m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샵에서 장비를 신속정확하게 챙겨서(수트, 오리발, 호흡기가 달린 조끼, 무게를 늘려줄 무거운 돌벨트인 '웨이트'와 이를 잘 챙긴 장비가방), 배에 올라탄다. 그러면 팀별로 산소통 자리를 배정받게 되고(강사님만 잘 따라 다니면 됨), 산소통에 호흡기를 체결하고, 이것 저것들을 점검한 후, 모든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멋지게 바다로 쩜프. 그리고 공기가 전혀 없는 물 속으로 완전히 잠수 후 유영. 여러가지 안전기술 훈련(물 속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시 쓰는 훈련, 수신호 훈련, 나침반을 보고 멀리 다녀오는 훈련, 호흡기를 뺐다가 다시 찾아 물어 보는 훈련, 바닥에 가라 앉는 훈련 등등)을 하게 되고, 자유유영을 하며 수중 생물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며, 야간다이빙도 하게 된다.
수영장에서 물에 뜨는 것 부터가 나에게는 난관이었다. 심지어 장비들은 또 왜 그렇게 무겁고 죄다 낯설고 손에 익지 않는 것인지. 더 큰 문제는, 물 속 그 자체. 땅 위에서 중력에 의해 두 발에 의지하여 몸의 중심을 잡고 걸어다니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익숙한 방식이 전혀 먹히지 않는 그 물 속의 세계는 나에게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의 세계였다.
공기가 아닌 물이라는 것이 내 온 몸을 감싸 자극하고, 코를 사용하지 못하며, 지면과 90도의 각도로 두 발로 몸을 곧게 세우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을 기울인 채 허벅지와 다리를 이용해 나아가야 하는, 물리적으로 체감각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익혀야 하는 그 상황들. 물 속에서 무엇 하나 붙들어 맬 것이 없는데다가 몸을 앞으로 더 기울이면 왠지 저 밑바닥으로 가라 앉을 것만 같았고, 다리를 어느 정도로 움직여야 앞으로 나아가는지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았으며, 코로 호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호흡을 내뱉다 보니 왠지 과호흡이나 패닉이 올 것만 같은 불안감이 컸다. 팔을, 고개를, 몸을 조금만 돌리려 해도 매우 천천히 움직여졌고, 의사소통을 하고 싶은데 말을 못하니 답답함이 앞섰다(그래서 나는 강사님으로부터 수신호를 너무 좋아한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손짓을 많이 했다).
물 속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 모든 과정 하나 하나가 사실 좀 버거웠다. 산소통도 너무 무겁고, 배에서 점프해서 발길질로 잠수 포인트까지 가는 것도 힘들었고(파도에 몸이 자꾸 밀려가서ㅜㅜ) 잠수 후 감압을 하는 것도 감이 잡히지 않았고(바다에 들어간 첫 날에 코피를 봤다. 감압 제대로 안해서 ㅠㅠ), 물에서 나와서 배로 돌아오는 것도, 올라와서 산소통을 다시 꽂아 놓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데 바다 속에서 만난 풍경과 그 느낌은, 마지막 다이빙 후 4개월이 지난 지금에서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돌이켜보면, 수면에서 조끼에 바람을 빼면서 물 속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그 순간이 가장 흥분되는 순간인 것 같다. 그런 다음 느껴지는 .. 뭐랄까 물 속에서 붕 떠있는 그 느낌, 새로운 친구들(예쁜 산호와 각양각색의 물고기들)과 우연하게 마주치는 그 순간의 희열, 산소통에서 산소가 나오는 소리, 숨을 내뱉을 때 수면위로 멋지게 올라가는 공기 방울들과 그 소리들, 머리 위로 보이는 햇빛, ... 그 모든 것들 하나 하나가 정말이지 이 공기로 뒤덮인 곳과 전적으로 다른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기에, 감격 그 자체였다.
많은 돈을 들였고, 힘들었지만,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따오에서 가 본 곳이라고는 다이빙샵 주변에서 겨우 강사님들 따라 간 식당과 인근 섬구경이 전부이지만 그냥 따오는 정말 좋은 곳, 다이빙은 정말 신나는 활동이라는 것만 남아있다. 그리고 어린아이도 아주머니도 할머니도 누구나 잘 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고(수칙을 잘 지키면) 비교적 어렵지 않은 활동이기는 하여도 내가 그 것을 잘 해내었다는 뿌듯함도 함께 말이다. 그리고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할 때마다 그 때 수영을 가르쳐 준 강사님과 마스터님이 생각이 난다. 따오에서 나온 후 연락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들이 자주 생각이 나고 마음에 진한 색깔로 남아 있다. 그들에게는 그저 일상처럼 지나가는 학생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첫 그리고 유일한 시간을 함께한 이들이기에.
다이빙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더욱더 값진 것 같다. 다음 다이빙 포인트는 어디가 될지, 누구와 함께 그 행복한 순간을 공유하게 될 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