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간/음악

조성진 리싸이틀

담연. 2022. 10. 17. 01:10

6년 전 피아니스트 조성진 님이 쇼팽 콩쿨에서 우승을 한 직후 국내 순회(?) 공연을 했었다. 당시 콘서트 티켓 예매에 성공했지만, 어처구니 없는 내 실수로 예매취소가 됐었다. 그 때 한 일 주일 가량을 정말 우울하게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나는 여행을 떠났고, 돌아온 후에는 삶에 적응하느라 지역을 이동하며 다니느라 정신 없었고, 조성진 님도 해외 공연이 잦았다 보니 그와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내가 사는 지역에서 리싸이틀(독주회)이 열린다는 걸 뒤늦게서야 알게 되어 저어기 2층 구석자리를 겨우 예매해 공연에 다녀왔다.

조성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무언가가 있는데, 직관을 하다니. 그가 앉아 두드릴 피아노, 의자, 무대, 공기를 마주하자 심장이 뛰었다.

시간이 되자 문이 열리고 그가 무대로 걸어 오는데 현실 같지 않았다. 그가 청중을 향해 인사를 하고 의자에 앉자마자 왼손으로 첫 음을 연주하는 순간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그의 연주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 보며 감탄하고 감탄했던 시간들 뿐만 아니라 지난 6년 내 개인적인 삶의 시간들이 순식간에 주마등 처럼 지나갔다.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느낌.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잔하고 이유모를 서글픔이 동시에 느껴지는, 미묘하고 복잡한 심정.

 

무대에서 먼 자리였기에 비록 표정이나 손가락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몸짓, 머릿결 그리고 넓은 공연장을 꽉 채우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앉아 있는 그 순간들이 어찌나 황홀하던지. 정말 홀리한 시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이 그 넓은 공간을 가득 채워 서로가 음악으로 연결되는 느낌. 참으로 소중한 경험. 

 

내 생각에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앵콜이었는데, 두 번째 앵콜곡 첫 음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났고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한참 동안 얼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쇼팽의 폴로네이즈. 6년 전 쇼팽 콩쿨에서 조성진은 우승을 했을 뿐만 아니라 마주르카상과 폴로네이즈상도 받았을 정도로 그의 폴로네이즈는 정말 명품 그 자체다. 당시의 영상을 닳고 닳을 때까지 돌려 보면서 죽기 전 꼭 한 번은 직접 들어보고 싶었는데, 그걸 그 자리에서 듣다니. 꿈만 같았다. 눈물이 났다. 떠올리면 떠올릴 수록 정말? 내가 조성진의 폴로네이즈를 직접 들었다고? 싶다. ... 이 감동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도 가슴이 뛴다. 하...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트위터를 보면 변주곡 공연에 대해 다소 좋지 않은 평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나의 귀에 그의 연주는 한없이 훌륭했고, 무엇보다도 조성진이라는 사람을 통해 내 지난 6년의 시간을 순식간에 다시금 돌아볼 수 있었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 여파로 공연 티케팅병에 걸려 파산할 상황인 것은 비밀... 

 

 

나이든 피아니스트 조성진 님의 공연도 무척 기대된다. 그의 연주를 더욱더 가슴 깊이 느끼기 위해 나도 더욱더 비워내고 성숙 되도록 애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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