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 3

[그 곳] 6. 함께한다는 것 그 자체, 그리고 헤어짐

그 곳을 떠나온 지 어느 덧 두 달이 다되어 간다. 괜히 어딜가도 그 곳만한 곳이 없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만한 사람이 없고 그랬다. 어딜 가도 그 곳과 비교되는 그런 저런 시간이었다. 그 곳에 있던 당시에는 하루하루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떼우고 빈둥거리며 게으르게 지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참 많은 것들을 했다 싶다. 11월 중순을 지나서부터 약 한달 정도 스님이 계시지 않는 동안 균과 모모씨는 숙소를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어 매우 분주했다. 문제의 장기수분들의 집에 기거하기도 했고, 뉴페이스 능력녀(그녀를 묘사하려면 한 두 줄로는 안되니 세글자로 수퍼압축함)와도 자주 어울렸다. 여기 저기를 쏘다니고, 온갖 한국 음식들을 해먹고, 여러 번 숯불을 피우고, 눈꼽도 채 떼지 않은 상태로 대충 만나 ..

떠남 2017.02.28

[그 곳] 4. 반성 혹은 오만한 생각, 그 이면의 불안과 꿈

근 한 달째 되는 날. 심리학의 틀로 사람을 보는 것에 질려 도망쳐왔는데. 오히려 심리학을 더 잘 이해해서 타인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기 위해 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나는 심리학을 잘 몰랐기 때문에, 심리학의 틀로 바라본 사람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도망을 쳤던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지식을, 감정 없이, 어떤 내 솔직한 마음이 담기지 않은 상태로, 지식 그 자체만 일명 '씨부리고' 있는 내 자신을 견딜 수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은 너무도 자아도취적으로 느껴졌고 자만과 오만의 그림자가 들러 붙어 있는 자기애적인 사람이면서 그렇지 않은 척 지식을 방패삼아 가식적으로 위장하고 있는 듯 느껴졌었다. 그런데, ... 그 역시, 지식을 잘 이해하여 내 것으로 소화시키..

떠남 2017.02.28

[그 곳] 1. 'Do nothing' 과 단상들

아마도 그 곳에 간 지 4일 째 되던 날. Do nothing, Do everything you want.빠이의 모토는 'Do Nothing' 이다. 철저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왔는데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여유롭고 이 작은 시골 마을은 한적하다. 일일투어를 내세운 여행사가 군데 군데 있어서 어디어디 가는지 들여다 보기는 하지만 썩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유명한 유적이나 빼어난 경관과 같은 갈 곳이 별달리 없는 지역일 수록 일출과 일몰, 강가에서의 래프팅이나 물놀이, 약간 떨어진 곳의 산간 지형 등을 위주로 내세우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안하려고 왔는데 굳이 저런걸 왜?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떠남 2017.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