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3

도망자 혹은 꿈을 잃은자의 방황과 일탈에 대한 변명

여러 해 동안 나는 미래의 내 모습과 관련하여 너무도 당연한 사실인 것처럼 '그' 길을 걷고 그 속에 있는 나를 떠올렸었다. 그랬었기에 힘든 시간에서 도망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응당 지나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 왔던 현실적인 어려움과 그로 인한 마음의 소진이 곳곳에 복병으로 숨어서는 중요한 순간에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 결국 '완전한 꿈'을 이루기에는 2% 모자란 상태에서 대충 마무리를 해야 했다. 그래도 괜찮다 여겼지만, 문제는 그 터널을 지난 이후였다. 등 떠밀리듯 과정들을 마치고 난 후, 내가 늘 생생하게 떠올리던 미래의 내 모습과 나의 갈 길이 더 이상 없어진 그 시점에서, 어느 길로 걸어가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 하면서..

[그 곳] 5. 연민, 변명

12월 말. 이모에게 생전 처음으로 편지를 쓰다가 눈물이 터졌다. 해맑게 이 곳의 행복한 시간만을 전하려고 했는데 너무도 자동적으로 순식간에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들과, 뿌리 깊은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고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한도 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심리적인 역량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만하면 됐는데, 뭐가 이다지도, 아니 아직까지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 대단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단한 위치에 오른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일을 해낸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대체 무엇에 그렇게 쫓기듯 쪼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버린 돌덩이 마냥 세상의 온갖 힘겨움을 짊어 안은 것처럼 살았을까. 이 서러움의 눈물 속에는 그 시간을 과연 이모가, ..

떠남 2017.02.28

나를 위한 변명과 응원

일평생 어떠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지내왔고, 그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부합하기 위해 애를 쓰며 살아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믿고 있던 가치관, 내게 요구되어지는 사회의 가치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고,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워졌다. 모든 것을 믿지 못하는 순간이 내게 찾아왔다. 내가 믿고 있는 것들이 과연 최선인가, 진정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사회와 시간에 등떠밀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며 사는 것은 아닌가, 일평생 이러한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가, 내가 배우고 느꼈던 방식으로 사람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나와 관점이 다르지만 훨씬 인간적이고 따스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데 난 왜 그것들을 잘 보지 못하는가, 행복은 멀리..

떠남 201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