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3

[발리] 두 달간의 조촐한 수기 ㅡ 우붓. 불안, 관계에 대한 단상들

2/19 미래에 대한 걱정과 자기위안정말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순간에 번개처럼 스쳐지나가는 장면들이 있다. 침습적 사고 혹은 침습적 이미지라고도 하는 그 것. 어떨 때에는 그것이 내가 과거에 말이나 행동에서 실수를 했거나 부끄러움이나 수치를 느꼈던 장면이기도 하고, 머지 않은 미래에 나는 이러한 일들을 경험할 거야, 하는 상상의(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사실들에 기반한 추론적인) 장면들이기도 하다. 과거의 장면들이 지나갈 때에는 한심했던 내 모습에 속이 쓰라리기는 하여도 '그래, 이런 식으로 다시 한 번 떠올린 후 깨끗하게 정화가 되는 거야' 라며 나름대로 스스로 위안을 하지만, 미래의 장면들이 상상될 때에는 야릇한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문득문득 상상하는 불안하고 기분 나쁜 ..

떠남 2017.04.30

[발리] 두 달간의 조촐한 수기 ㅡ 우붓 정착기 1

우리는 호치민에서 발리의 덴파사르 공항으로 넘어왔다. 1박에 8천원인 게스트하우스에 픽업 요청을 했더니 비행기 타기 전날 영상통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 무튼 픽업에 30만 루피아. 우리 돈으로 3만원. 가격 흥정을 하여 편도 택시를 타는 것이 더 저렴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편하게 가기로 했다. 그렇게 발리에서의 두 달이 시작되었다. 첫 2일은 우붓의 게스트하우스, 3주는 작은 리조트 형태의 숙소, 한 달은 빌라에서 지내면서 한국에 있는 엄마와 동생을 초대해서 관광, 3일은 길리섬으로 이동, 나머지 며칠은 꾸따로 이동해서 지냈다. 제주도의 3배의 면적에 달하는 발리 중 우붓이라는 작은 마을에서만 한 달 반을 지냈다. 요가를 목적으로 발리에 갔지만 정작 수업은 세 번 밖에 듣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

떠남 2017.04.19

변화 거울 감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하고 여행 준비랍시고 머리를 쥐어싸매는 동안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화두가 몇 가지 있었다. 짧게는 2년 2개월, 길게는 약 5년, 더 길게는 20대 청춘 내도록 나는 한 길을 걸어왔다. 최근 2년만을 생각한다면, 나는 쳇바퀴 같은 생활 속에 숨이 곧 막힐 듯 말 듯한 위태로움 속에서 살아왔다. 물론 매 시간 매 분 매 초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큰 틀에서 보았을 때 나의 삶은 발전과 성장의 여지를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틀 속에서 빡빡하게 이어졌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장기여행을 결심하고,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퇴사다. 지원자를 모집하고 면접을 보고 고심 끝에 후임자를 뽑았다. 그러는 과정 동안 온갖 망상적인 생각들이 스쳐 지나..

떠남 2016.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