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간/생각의 구름 29

그 사이 나는 결혼을 했다.

균과 일주일 만에 (우리로선 매우 긴 시간) 외식을 했다. 다음 주 수요일은 우리가 장기여행을 떠난 날로부터 4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래서 나는 매우 설레이고 들떠있는 상태였다. 그날 하루 연가를 냈기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그래, 사진을 정리하고 앨범을 제작하자, 는 결론에 이르렀고, 자연스레 네팔 이야기로 흘러갔다. 균은 다시 나와 여행을 떠나 네팔로 가서 라운딩을 해도, 난 여전히 힘들어 할 것 같다는 농을 던졌다. 균은 내게, 그때 너는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 보였다, 고 하여, 나는 육체적으로 힘든 게 더 컸다, 고 반박하다가 불현듯 네팔 첫 숙소에서 힘든 마음을 담은 글이 떠올랐다. 그래, 난 네팔에 도착한 첫날부터 집에 가고 싶었다며, 글을 보며 낄낄대고 웃었다. 그렇게 이 블로그에 ..

간접뒷담화에 대한 참회.

직장에 이런 저런 인사 변동으로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부드럽던 우리였는데, 몇 사람의 새로운 유입 후 조금이라도 손해보지 않기 위해 작은 것을 따지고 들면서 몇 사람이 난감해 지고, 분위기가 경직되는 순간이 많아졌다. 개인의 손해를 막고, 허술한 부분을 바로 잡고, 운영과 관리를 하기 위해 따져 묻고, 날카롭게 찌르고, 단호하게 잘라야 하는 그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가끔 꼭 그렇게까지 자기 중심적인 관점에서 언행을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한 언행이 타인에게 주어질 때에는 그가 안타깝고, 내게 직접적으로 주어질 때에는 감정이 동요되기도 한다. 호오포노포노, 나의 어떠한 점이 당신을 그리 만들었을까, 내..

it's been a long time.

그렇게 밝고 크게 뜬 달이 아니었더라면저렇게 넓은 하늘이 저 곳에 있는지 모르고 살았을 것 같다. 헉 하고 숨이 멎으면서 심장이 뛰고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희미한 희열과 슬픔이 교차하는 그런 순간이었다. 글을 쓰지 않은 지 3개월이 되었다.이사와 이직을 한 지 2개월이 지났다. 물리적으로 크게 변했던 부분들이 안정을 찾아가는 것에 비해마음의 안정은 더뎠다. 아직 나의 마음은 우왕좌왕 중이다.그런 내 상태가 너무도 우울하고, 한심하고, 지겹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답답하고,모든 것이 귀찮게 여겨져 한없는 나태에 빠져 지내고 있다. 하나도 변한 것 없구나, 난 원래 이렇게 생겨 먹은 애구나,여태 애쓰고 노력하며 살아왔던 것은 그저 쫓아오는 무언가에 잡히지 않기 위해꾸역꾸역 버티며 해내었던 것일 뿐이구나..

수영 가기 전 반성과 다짐의 글 for 11월

10월 마지막 1주일 + 오늘까지 수영을 못가고 있다. 몸의 낚시질에 낚였던 것을 시작으로, 새벽과 늦은 밤 일을 쳐내어야 가능할 정도로 할 일이 많았다. 수영 갈 시간에 일을 한 것...그러니 스트레스도 쌓이고, 애꿎은 균에게 히스테리를 부리고, 먹고, 먹고, 먹고....살이 찌는 게 느껴진다. 그러다 오늘 쟁여 두었던 원피스를 꺼내 입었는데, 배에 힘을 주지 않으면 보기 흉한 라인이 보였다. 하... 미쳤다, 나. 평생 마른 몸으로 살아오다가 살이 찌고 관리를 하지 않으니 매일매일 신기록을 갱신하는 기분이다. 여태 뚜렷한 목표설정과 행동 계획 없이 그저 지내왔는데,11월은 수영과 함께 -3kg를 목표로 달려야겠다. 주 6일 수영, 공복 16hr 이것이 11월의 기본 계획이다. 짜투리 시간에는 걷기!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이 사진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쓸쓸하고 외롭다. 내 마음하나 돌보지 않으면서내담자의, 환자의 마음을 어떻게 돌보겠는가... 반복되고, 또 끊이지 않는 일들이 버거운데한 달만 버티자, 라는 말로 다독여 보지만그런 마음으로 벌써 몇 개월을 허덕이며 살았는지. 굽치이는 인생의 길목마다 레퍼런스 부재에 따르는 무력감,여기가 맞나, 어디로 가야 하나, 이렇게 가도 되나 밀려드는 불안 위기의 순간마다 찾아드는 감정의 소용돌이는순간의 소용돌이임을 알면서도헤어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깊은 절망과 좌절감에 빠진다 긴장과 늘어짐의 반복.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가 모든 잘못이 내게 있다가 모든 의미가 사라지기를반복한다 사실, 잘 알고 있다.나의 목을 조여오는 일들이 끝나면언제 그랬냐는 듯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진로상담2. 선택을 가로 막는 무거운 덩어리

졸립다. 어제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하루 종일 빡빡한 일정을 보내고 상담에 다녀왔다. 아침부터 상담 전까지 오늘 퇴근이 늦어질 것 같아 상담을 미뤄야 할 것 같다는 문자를 썼다 지우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진로 상담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내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사실 10만원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난 시간, 선생님께서 내주셨던 정보 탐색 숙제를 하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무튼, 그러한 복잡한 심정으로 상담에 갔다. 마음의 변화가 있었느냐 물으셨다. 집에 가는 길에 조금 후련했다고 했다.생각의 변화가 있었느냐 물으셨다. ..사실.. 내가 대체 왜 이리도 간단한 결정을 이다지도 복잡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가며 고민하고 있는 걸까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을 반복해 보라고 ..

가족의 의미.

동생의 남자친구로부터 뜬금 없이 커피 한 잔 하자는 문자를 받았다.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일단 참고, 그러자고 했다. 답이 없길래 집 인근 카페로 오겠냐고 묻자, 출발한다고 했다. 몇 번 만났었지만 단 둘이 보는 건 처음이기에 어색하면서도 불편하지는 않았다. 나랑 동생은 열한 살 차이가 나는데, 동생의 남자친구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 자리에 앉자마자 진지하면서도 다소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으로 그는 내게 이런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 아이의 이런 저런 모습을 2년 전부터 보아왔는데, 나만 알고 넘어가야 할지, 가족들에게 알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냥 넘어가고 덮어 두는 것은 가족들에게 좋을 것 같지 않아서 고민 끝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2년 전 집을 나갔을 때 죽고 싶고 살기 싫다는 소리를..

오랜만에 + 여행의 의미

양미니와 오랜만에 진득하게 함께하는 일요일을 보내었다.그러다 양미니가 요즈음 블로그를 한단다. 간단한 지출기록과 하루 정리. 그러다 애써 우선순위에서 제쳐두었던 내 블로그가 생각났다. 작년 8월 이후 포스팅하지 않았다.생각해보면 9월부터 일을 시작하였고, 늘 하던 일에 새로운 일들도 함께 하게 되었기에한 학기 정도 정신없이 보냈다. 그러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그리고 오늘 블로그 글들을 다시 천천히 봤다. (몇 개만). 사실 여행기를 강박적으로 쓰고 저장한 다음 거의 읽어보지 않았다.그냥 기록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에 기록했던 것이었고,더 잘 쓰고 싶었지만 잘 쓰지 못했기 때문에, 즉 내맘대로 마구 다 때려 넣었기 때문에, 글의 스타일도 내가 늘 써오던 일기와..

역사적이고 감격적인 날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는 개개인의 궁극적인 행복감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일 수도 있다.하지만 심리적 고통의 많은 원인 중에서 적어도 사회문제로 인한 좌절, 절망, 무기력, 불안 등이 감소될 수 있을 테고, 좀 더 개개인의 만족감과 안녕감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사실 정의와 원리원칙과 도덕과 윤리의식이 바로서고 잘못된 역사와 오래동안 누적되어온 폐단이 바로 잡히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온 동네방네 춤추고 다니며 떠들고 싶다. 에헤라디야 감격 그 자체다.

허기

5.5.17 가벼운 생각이 떠올라 노트북의 뚜껑을 열지만 심도있는 글을 써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아무 것도 적지 못한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글쓰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대다. 괜한 강박에 사로잡힌다. 원래 나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 순간 종이에 받아 적는 스타일이었다. DSLR이 출시되고 대단한 유행이 지나가던 그 시절에도 필름카메라를 고수했던 것처럼,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감성을 온전히 받아내지 못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종이와 펜보다는 키보드를 두드려 생각을 담아내고, 무거운 필름카메라가 아닌 가겹고 작은 똑딱이 카메라를 더 가까이 하고 있다. 습관과 신념은 '쉬움' 이라는 것에 의해 쉽게 대체되었다. 종이와 필름은 아주 사소하지만 오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