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발리] 두 달간의 조촐한 수기 ㅡ 우붓. 불안의 결과

담연. 2017. 4. 30. 15:25

2/27 불안으로 인한 냉전, 우붓새벽시장에서 풀다.

사실 2 마지막날 새벽 3시를 넘긴 시각.

 

최근 이틀 정도 균과 다투어 냉랭한 시간을 보내었다. 말도 없이, 각자 해먹고. 나는 설거지를 전혀 하지 않고. 쳐다도 보질 않고. 신경질적으로 대답하고. 무시하고. 


며칠 지났다고 마음이 상했던 이유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


생각났다.

나의 불안 때문이었다.


최근, 속에 잠재되어 있던 불안이 스믈스믈 기어 올라왔고, 그러는 사이 균의 사소한 언행 하나하나에 신경이 곤두섰다. 나의 불안이 여러 단계를 거쳐 분노로 변화되어 최종적으로 균에게 쏟아진 것이다내가 여행을 , 여러 의미에서 하고 있는 맞나? 라는 생각이 들면, 여행이 조금이라도 잘못 되고 있는 이유를 모두 균에게 전가하게 되며, 결국 그에게 화를 내거나 적어도 못되게 굴게 된다언제나 그렇듯 내가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번씩 이렇게 성난 마음이 혹은 불안한 마음이 혹은 조급한 마음이 고개를 쳐들고 머릿 속을 이리저리 뛰어 다닐 때면 괜한 균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균도 나름대로의 불만이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로 해결했고, 화해했다. 사실 항상 균이 "내가 미안해" 라고 해주니 나는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화해의 시발점은 사실 우붓 새벽 시장이었다. 


우붓에서 달을 보내리라 마음을 먹고 우붓에 왔을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이 상설재래시장을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바이크를 타고 다니다 보면 드문드문 보이는 과일가게 채소가게가 전부였고, 거의 대부분의 식재료구입은 대형상업마트에서 해야만 했다. 가장 불만은, 도무지 정육점을 찾을 없다는 것이었는데, 물론 대형마트에도 pork, beef, chicken 간단한 해산물(새우, 물고기 ) 팔지만 돼지고기값이 한국에 비해 아주 약간 저렴한 정도였고 신선도도 그닥이었기에 거의 구입해보고는 말았었다. 게다가 현지인들이 찾는 재래시장을 가려면 새벽 이른 시간에 우붓마켓을 가야 했는데, 그동안 우리는 늦게 일어나거나, 일찍 일어나도 집에서 밍기적대기만 했었다. 대형마트에 익숙해져있었고 다른 시장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거다.

 

그러던 , 괜시리 돼지고기가 먹고 싶어서 검색을 하던 , 어느 블로거가 올린 이른 아침 시각의 우붓시장 사진 고기를 팔고 있는 모습이 나의 매와 같은 눈에 포착된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화해의 계기가 웃긴다. ㅋㅋㅋㅋㅋ  동안의 냉랭한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이른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있었는데, 균에게 새벽시장에 가자고 제안했다. 흔쾌히 앞장 서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우붓에 달이 넘은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이른 시간(이라고 해봤자 6 반이 약간 못되는 시간) 외출을 것이다! 두둥. 가는 길에 소규모의 시장(이라고 하기에 채소, 고기 등을 파는 리어카가 조금 모여 있는 ) 발견하기도 했다.

 

대망의 우붓 새벽시장. 두둥. 시장 인근에 없이 몰려 있는 바이크들, 이미 손 가득도 모자라 머리에 커다란 바구니를 짊어지고 되돌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낮에는 보지 못했던 일상용품을 파는 트럭, 줄지어 서있는 과일 트럭들을 지나쳐 주차를 하고 천천히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 정말, 다른 재래시장을 보긴 했지만 여기 발리만의 독특하고 신선한 느낌이 팍팍 풍겨져 흥분이 되는 것이었다. 

 

온갖 채소와 과일들, 주전부리들, 각종 생필품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많았다. 생각보다 규모가 -장히 컸고, 아래로 내려가니 , 돼지고기 등을 파는 상인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었다 

 

올레! 외쳤다. 사실, 시장은 굉장히 허름하고 가판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데다가 도축되어 머리가 잘린 닭과 돼지고기 덩어리들이 말그대로 널부러져 있고 피도 흥건히 흘러나와 있는 느낌이 많이 무서웠다. 그래도 결국 우리는 돼지고기 1kg 다리 날개 1 kg 각각을 우리돈 3천원에 구입할 있었다. 극도로 신나했었던 같다. 마트에 비하면 체감상 절반 수준 이었기 때문.

 

재밌었던 점은 양팔저울을 사용하여 한쪽에는 고기를 올리고 쪽에는 500g, 1kg짜리 쇠추를 올려 무게를 재는 것이었다. 닭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특정 부위를 요구하면 통닭(온전한 마리;;)에서 즉석으로 잘라 주었다. 게다가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친절은 덤으로. 

 

홍고추 10개에 천원(마트에서는 1600원정도), 실한 옥수수 4덩이에 8백원(마트에서는 )어치를 사들고 기분 좋게 둘러본 , 다음 번에는 이른 시간에 오겠노라 다짐하며 돌아나섰다. 

 

흥분했다. 우붓시장 이야기를 쓸데 없이 길게 썼다. 그래도, 정말 우붓에 와서 생각보다 너무 상업화, 관광화, 휴양화 되어 있었던 점들에 실망이 컸었는데 우붓새벽시장에서 모든 실망감이 순간에 우붓에 대한 애정으로 바꼈다 에너지, 활기참, 생생한 번잡스러움. 기분을 환기시켜주는 값진 분위기였다. 덩달아 냉전을 종식시켜 주기까지.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기분 좋게 닭을 손질하여 찜닭과 함께 미니오븐을 이용한 닭구이를 뚝딱뚝딱 만들어 순식간에 해치웠다. 역시 요리도 에너지와 기운을 타는 건가, 싶은 생각을 잠시 했다. 균이 간장과 약간의 설탕만으로 기가 막히게 찜닭의 간을 맞추었고, 국물은 밥을 비벼 먹기에 더할나위 없이 적당하였으며, 오븐에 적당히 굽힌 닭다리는 그보다 부드럽고 단백할 없었던 데다가 무심한 뿌린 kecap manis 소스가 최상의 고급진 맛을 선사해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막혀 있던 기운이 풀려나자, 갑자기 몸과 마음이 분주해졌다. 오늘, 그러니까 지나간 오늘, 한국에서 커플이 우붓으로 날라왔고, 이번 금요일에는 나의 가족이 우붓에 1주일을 함께 보낼 예정이다.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우리의 체크아웃 날이고길리섬에도 가야 하며, 최종적으로 호주에 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호주에 대해 알아보아야 한다. 그러는 사이 균의 액정 수리도 하고. 가족들이 머무는 일주일 가량 알찬 시간을 보낼 있도록 사전에 세세하게 준비해야 것이 많고, 친구들과도 상의해야 일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균과 논의하고 협심으로 움직여야만 모든 것이 가능한 상황. 

 

핑계로, 약간 마음이 들뜨고 기분 좋게 초조해졌다. 물론 균은 언제나 그렇듯 느긋하고, "니가 있어서 든든해~" 하며 귀염과 얄미움을 동반한 눈웃음을 짓는다. 

 

, 어떻게든 되겠지. 그냥 나는 드디어 관광다운 관광을 것이 기대가 뿐이고. 길리 어서 빨리 가보고 싶을 뿐이고. 그렇다. 발리 생활이 3 남았다.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길. 



3/1. 소소하게 바빴던 나날들.

이틀 동안 많은 일과 많은 생각이 있었다. 분주했다.

 

27,

여행사에 가서 1 투어, 길리가는 보트 가격, 멘장안 투어 비용 등을 알아봄. 이것 때문에 세세하게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보냈다. 엄마랑 동생이 오는데, 균에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알고 있어야 하니. 머리가 매우 복잡복잡. 

 

검색하다 알게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미리 여행사(대부분 한인 여행사) 컨택을 하여 예약하고 온다는 점이었다. 여행 기간이 짧거나 가족이 함께 오는 등이라면 어쩔 없다. 하지만 현지에 와서 아무 여행사에 들어가더라도 훠어어어어어얼씬 저렴한 가격으로 흥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바투르 일출트레킹만 보더라도, 미리 예약하고 사람들은 6만원까지 내기도 하였던데, 현지에서는 25천원에도 가능. 하루 전날에만 예약하면 거의 대부분의 투어 참여 가능하니까, 간단한 의사소통만 가능하다면 굳이 모든 것을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무튼, 날은 알아볼 많았는데 ~ 오랜만에 비가 내려서 서둘러 귀가했다. 

 

28, 어제. 

오전, 주인 아저씨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금요일에 가족들이 오는데 함께 지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해야 했고, 친구들이 우붓에 왔는데 수영장딸린 구할 있는지 문의를 해야 했기에. 아저씨는 너무도 흔쾌히 가족들 함께 지내도 된다, 추가 받지 않고 싶다고 해주시고, 공항 픽업도 사위에게 말을 해두겠다고 하시고, 집도 직접 알아봐 주시겠다고 했다. 집의 경우 , 가격, 위치, 상태를 자신이 직접 보고 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픽업과 투어 등도 자신의 사위에게 문의하면 된다고 해주셔서 전날 여행사 돌아다니던 일들이 단박에 해결. 

 

우리 빌라 주인 내외분들은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다. 다른 발리니즈들도 그렇지만, 유독 더하다. 아저씨는 약간 쨍쨍하고 목소리로 수다 떨고 웃는 아주 좋아하고, 아주머니는 굉장히 열심히 집을 청소하고 가꾸신다. 항상 어디 다녀오냐며 말을 걸어 주시고, 쿠킹쿠킹 먹었냐며 물어봐 주시고, 쌍엄지척도 맨날 날려 주신다. 생각하니 짠하네. 

 

한국에서 커플이 우붓에 왔다. 곳에서 만났던 인연들. 그들과 점심을 먹고, 심카드(8기가, 85000루피아, 8500 정도), 균의 액정 수리(Jl. Cok Gede Rai 도로 위에 즐비한 폰가게들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아이폰 6+ 15만원에서 25만원으로 가격이 다양했음, 그러다 누군가 우붓 코코마트 근처에 있는 iStore Ubud 알려줘서 찾아감, 16만원 불렀는데 다른 곳에서 15만원이라고 했다고 하니 깎아줌, ) 하고, 바이크 연장(10일에 2만원) 하고, 비자 연장 에이전시에 잡혀 있던 여권을 회수하고, 귀가. 


우리 주인아저씨에게 오전에 우리 친구들이 집을 구한다고 말을 해놓았기에 현황이 궁금하여 대화를 하니, 오늘 곳에 먼저 함께 가서 보고, 내일 오전에 자신이 군데를 돌아본 오후에 함께 가보자고 하신다. 이리도 감사할 수가. 친구들을 불러 아저씨와 함께 고고.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일이 많은데, 그러니까 공부도 해야 하고 뉴질랜드 트레킹도 취소해야 하고 퍼스행 항공편도 끊어야 하고 등등등 많았는데, 제치고 빠이 생활 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새벽까지. … 

 

그리고 아침, 나는 여전히 글을 정리 중이다. 일부러 책을 읽는 시간도 늘렸다. 많은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부터의 도망이다. 균은 그렇듯 여유롭게 드라마를 보고, 게임을 하고, 그런다. 정말 천하태평 무사안일의 대장인 같다. 

 

 

오늘 .

공부.

마트에 가서 구입.

항공 끊고, 트레킹 취소, 

별거 없네. .

 

 

3/1 이지만 3/2 새벽 두시.

워홀에 대해 알아보다가, 문득, 영어도 부족하고 길어봐야 6개월만 겨우 지낼 예정인 상황에서, 마이너스가 아니면 잘해야 본적 운이 좋다면 3-4백만원 모으겠다 싶은 생각에 이르러 굳이 가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영어라는 장벽 앞에 기가 죽고 의기소침해진 같기도 하다. 이것 때문에 죄없는 균을 닥달했다. 쏘리. 원형탈모가 커질지도….


마음이 괜히 복잡하다. 일찍 잠에 들어서 내일 새벽시장에 가려고 했는데, 벌써 두시라니. 알람을 맞춰 놓으면 균이 일어나겠지여태 호주 워홀 수기들을 읽었다. …. 아예 일주일만에 돌아온 사람도 있고 성공적으로 1,2년을 훌륭하게 멋지게 알차게 마친 이들도 있고, 그렇더라. 내가 왜 그걸 해야하지? ...

 

 

3/2 우붓의 수돗물. 

주인 아저씨께서 지하 18m에서 끌어오는 지하수라 먹어도 된다며 직접 눈앞에서 시음도 하셨고, 주인 아주머니는 자신도 물로 요리를 한다며 오케이를 연발 하셨다. 그래서 믿고 열심히 요리에 사용했는데. 전날 씻어둔 냄비 바닥 전체가 뭔가 하얘서 손으로 스윽 만져보니 왠걸, 하얀 가루가 손가락 마디에 새하얗게 묻어 나온다. 그야말로 석회수였다. 


그날로 곧장 마트에 가서 커다란 정수기용 물통을 사기 시작했다. 우리는 델타 데와타 마트에서 생수를 사마셨는데, 구매를 하면 물값+통값으로 6천원 정도 나가지만, 이후에는 통으로 교환할 2천원도 하지 않는다. 


석회수를 거의 평생 아주 지속적으로 섭취를 경우 체내에 돌이 쌓여 생기는 질병들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래서 우리가 달동안 발리에서 얼마나 섭취를 하겠냐 싶기도 했었지만, 실제 눈으로 확인한 이상 (그리고 양이 됐기 때문에) 내가 하는 요리에는 수돗물을 쓰지 못하겠다 싶었다. 

 

 

오늘은 인근 호텔에 있는 수영장에 다녀왔다. 외부인은 1 5천원. 수영장은 적당히 넓었고 사람은 네다섯? 정도. 집에 이사오고 나서 처음으로 물놀이라 기뻤다. 꿀잠도 자고 기분 좋게 돌아옴.

 

하지만 호주 워킹을 것이냐 것이냐, 헬프엑스를 것이냐, 하는 문제로 여전히 나는 골이 아프다.

이놈의 자신감이 가장 문제다. 

 


 

3/11 새벽 1. 

일주일 엄마와 동생과 여행이 끝났다. …………….. 

 

죄와벌을 읽었다. …….

힌두에 관심이 생겼다.

호주로 가야한다. 

 

….

 

3/14 새벽 1:32

길리에 가기 위해 숙소를 옮겼다.

덥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