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호주] 1. 다윈 첫 4일

담연. 2017. 5. 5. 06:16

24/03/2017 발리에서 호주로


다윈으로 넘어왔다. 새벽 다섯 시에 도착

이미그레이션은 완전 자동으로 이루어졌다. 기계에 여권을 스캔하고, 한국어 설명을 듣고, 측면의 카메라에 얼굴 찍힘을 당해드리고, 비몽사몽 어떤 태그를 받아서 나오고, 보안관처럼 차려입은 직원에게 입국카드와 태그를 검사 받으며 어떤 비자로 왔냐, 처음왔냐, 좋은 시간 보내라, 등의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검사를 하고, 그렇게 다윈에 입성했다

 

다윈으로 온 것은 단순하게는 가장 저렴한 표값 때문이었고, 다윈에서 퍼스까지 서부 여행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숙소도 정하지 않았고 체크카드 통장에 가용한 잔고도 없는 상태

다행히 다윈공항은 와이파이를 비번 없이 그냥 있었다. 그래서 통장에 돈을 보내어 ATM 에서 돈을 찾고, 트립어드바이저로 호텔을 검색했다대략 만만한 가격이 6-7만원 선이었고, 4-5만원 대의 호텔은 모텔급으로 더럽고 시설이 오래 되었거나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도심 한 가운데에 있는 호텔이 나을 듯하여 Oaks Elan Darwin Hotel 2박에 수수료 포함 16만원으로 예약을 하였다. 어느 날이 밝아와 7시를 가리켰는데, 셔틀버스를 타려고 보니 2인일 경우 택시랑 차이가 없을 듯해서 공항 택시를 탔다

프리우스 택시, 중국계 또는 대만계로 추정되는 중년의 드라이버. 호텔까지 7km 거리였는데, 공항 톨게이트비 포함 30달러 조금 나왔다

 

호텔은 2시가 체크인 시간이라며ㅠㅠ 1시쯤 다시 오란다. 잠을 전혀 못 잔 상태여서 애걸복걸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짐을 맡기고, 다윈 중심가를 걷기 시작. 인근 공원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커다란 나무에 손잡이운동기구(?) 걸고 웃통을 까고서 운동하는 명의 호주남정네들 발견. 나는 관심도 없는데 균이 자꾸너무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추임새를 넣기 시작친구하고 싶다며..같이 운동하고 싶다며….. 결국 같이  운동을 한참 동안이나 하고 왔다. ㅋㅋㅋㅋㅋㅋㅋ 대단한 친화력.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균이 해준 그들과의 대화는 사뭇 신선했다. 프랑스 여자들이 핫하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튼, 다윈의 인상은, 차려 입은, 첫 출근을 앞둔 깔끔한 도시남녀의 느낌이랄까? 한적하고 조용하고 정말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출근 시간에 만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의 무늬가 적고 톤다운된 심플한 차림이었다. 길 거리에는 차가 별로 없었고 사람도 별로 없고 휴지조각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고 주차 공간은 너무 넓었고 깨끗하고 조용했다.



27 월요일, 다른 호텔에서 빨래를 기다리며. 

 

헬프엑스는 실패로 끝났다. 3 머물 생각으로 갔지만, 하루 밤을 보낸 다음  호스트에게 미안함을 무릎쓰고 탈출을 시도했다. S 혼자 사는 중년 여성으로, 다윈 근교의 작은 M동네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친절히도 우리 호텔 앞으로 픽업을 와주었다. 집으로 가는 동안 3시간에 no food 할지 4시간에 with food 할지 정하라고 해서 4시간을 선택했다. 발리 이야기, 심리학 이야기, 병원 이야기 등을 하며 그럭저럭 대화를 해나갔다. 


그녀의 집은 한적한 동네에 자리 잡은 아담한 단층 주택으로, 넓은 정원은 상당히 오랫동안 손질이 되지 않아 나의 키 만큼이나 잡초가 자라 숲을 이루고 있었고마당이며 집 내부며 상당히… 솔직히 지저분하고 너무 어지럽혀져 있었다

 

...결론부터 말을 하자면, 그 집에서 만 하루만에 도망치듯 빠져 나와 다시 호텔에 짐을 풀고서 기분 좋게 잠을 자고편하게 지내고 있다돈은 훨씬 지출이 크지만. 그녀는 우리랑 함께 즐거이 대화를 하거나 시간을 보낼 생각은 없어 보였고, 우리를 불러서 주말 동안 자신의 밀린 일을 해치우겠다는 심산이라는  확연히 느껴졌다. 우리의 주된 일은 밀려 있는 집안 일들과 숲을 이루고 있는 커다란 잡초 제거 등이었다. 하나가 제공되었지만, 이불에서는 퀘퀘한 냄새가 났고, 베개는 곰팡이 같은 검은 점들로 뒤덮여 있었으며, 옷장은 거미줄이 많은데다가 방 벽에는 바퀴벌레가 기어다녔다

 


3시쯤 그녀의 집에 도착해서 잠시 숨을 고른 , 나는 그녀의 밀린 설거지를, 균은 마당 잡초 숲에서 덩쿨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 하룻 숙소와 한끼 식사가 제공된다는데 이쯤이야 라는 생각에 그냥 묵묵히 했다. 설거지를 하고, 마당에서 나무만한 잡초들을 끝도 없이 뽑고 방치되어 있는 라임을 줍고 이미 바구니에 담겨 썩을 대로 썩은 라임을 땅에 묻고 등등을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사이 그녀는 요리를 했는데우리에게 제공된 나물 볶음, 채소 볶음, 식은 오트밀 죽의 조촐한 식단. 물론, 진수성찬을 바란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의 식단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균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과 인근 친구의 식사를 챙겨서는 우리더러 먹으라며 휑하니 가버리기까지 했다.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휑한 방에서 억지로 잠을 청한 다음 내게 내려진 일도 잡초 뽑기…버려진 것같은 작은 비닐하우스에서 벌레와 철조망들 사이로 잡초를 뽑아 분류하기. 마당에 거의 묻혀 있다시피한 채로 수천 마리의 작은 벌레들이 이미 서식하여 장악한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천막을 정리하기...  일단 오전에 토요일에만 열리는 parap market 다녀와서 2 이후에 일을 하겠다고 말을 하고 외출을 하고 돌아왔다. 


무슨 연유로 집을 그렇게 방치해 두었을까. 매일 오후 두시 경 일을 마친 뒤 별다른 일은 하지 않아 보였는데. 그래도 3일을 공짜로 있잖아 하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있었는데, 균은 울상이 되어서 자꾸 나가자고 했다 … 거미공포증이 있는 그는 무성한 잡초 속에 온갖 벌레들이 진을 치고 있는 환경에서의 작업이 괴로웠던 것이다 ..... 하는 없이, 그녀에게 '미안하다 우리 내일 엘리스스프링스로 가게 되었, 그래서 오늘 떠나야겠다'고 말을 했는데, 표정이 매우 무서워지면서, 알겠다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우리는 서둘러 짐을 꾸리고 마지막 인사를 하려 했는데,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ok ok 하더니 우리가 돌아서기도 전에 문을 닫아버렸다. 그게 그녀의 마지막 모습. 약속을 것이 매우 미안해서 마음이 정말 무거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떠오르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에 무척이나 화가 나기도 했다. 

 

계산을 해보자. 1시간에 못해도 15달러로 시급을 치자. 4시간이면 60달러, 2명이면 120달러의 노동이다. 거기에 제공된 숙식을 생각해보면,... 부족함을 메우는 것이 호스트와의 소통, 지역에서 느낄 있는 경험과 나의 것의 교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이외의 것을 제공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의 모습은 더욱더 이해할 없기도 했다. 

 

그런 뒤 헬프엑스를 다시 유심히 잘 읽어 보았다. 물론 분명히 아주 좋은 호스트들도 많이 있었고 후기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좋은 경험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호스트들 집안일이나 보모일 농장일 공사작업 혹은 여러 잡일들을 공짜로 그리고 전문적으로 도와줄 사람을 원했고,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작업시간 외에는 자유시간을 즐기라고 되어 있었지만 호스트와의 교류는 글쎄? 인 곳도. 현지 생활 체험, 서로의 경험과 가치를 공유하고 친구를 사귀는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지만, 숙소의 제공이라는 미명 하에 일방적인 노동력 착취의 경우도 많을 것이 뻔해 보였다. 물론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매우 다를테니 후기를 꼼꼼하게 잘 읽어 보고 시뮬레이션을 잘 해본 다음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무튼 더 이상 헬프엑스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의 집에서 나온 이후부터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균에게 밑도 끝도 없는 차가움을 보였다조급함이 났던  같다. 호주에서의 여행이냐 워킹이냐를 두고 어느  하나 명확하게 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다음 여정을 고민하다가, 우연히 relocation을 알게 되었고 마침 다윈에서 엘리스스프링스로 가는 차가 있어서 신청을 했다. 그리고 리치필드파크, 카카두파크를 알아보았다. 어서 빨리 움직여야 할텐데 뭐라도 해야 할텐데 하는 마음을 내려 놓으니 한결 편했다.



 

 

 

다윈에 와서 알게된 점들


-다윈 로컬 버스. $3이고 3시간 내에 무제한으로 있는 . 

-식당 물가. 보통 한끼는 $15 내외. 

-어느 호주가 다 그렇듯, 울월스와 콜스에서 장봐서 음식을 해먹 정말 훨씬 저렴. 

-씨티투어버스가 있고, 원하는 곳에 정차한 다시 타고 돌아다닐 있음. 다윈플라자 건너편에 정류장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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