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어가는 여정/임신

시험관 시술 과정 기록 1 (난임 검사, 시술 결심에서 난자&정자 채취까지)

담연. 2023. 6. 28. 19:20

나는 30대 후반의 나이로, 결혼한지 만 3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았다. 
병원에 가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과 자연임신을 시도하여도 소식이 없길래,
머리 아프기 싫어서 난임병원을 찾게 되었다. 
 

22년 10월, 부산 세화 병원 : 난임검사 및 결과 청취

- 난임검사 : 자궁초음파, 나팔관조영술, 피검사, 소변검사, 자궁내시경
 
- 나팔관 조영술 때 정신을 잃을 뻔했다. 두 번은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는데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했기에 망정이지... 
 
- 나에게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 난소 나이 41세에서 좀 충격을 먹었다. 용종(폴립)이 조금 있지만 임신에 방해될 정도인지는 시술 후 판단 가능.
- 남편 검사 후 치료 방향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하다고 한다. 

- 이동 동선, 분위기, 지인 추천으로 전원을 생각했다. 
 
- 검사비용 : 납부액 26만원 (진료비 총액 52만원 / 나머지 의료보험)

- 영양제 (항생제, 종합비타민, 큐텐자임) : 10만원 
- 와..앞으로 돈 많이 들겠구나, 싶었다. 

 

22년 11월, 부산 마리아 의원, 첫 진료 : 난임 진단서, 피검사 후 도망감

- 이용찬 원장님. 자연임신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인공수정은 자전거를 타고, 시험관 시술은 ktx를 타고 가는 것과 동일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부산의 삼신 할배라고 알려진 분이시기도 하고, 지인의 지인도 추천한 곳인지라 그냥 믿고 가기로 했다. 난임 진단서를 써줄테니 보건소 가서 난임 시술 지원비 신청을 하라고 하신다. 가타부타 설명 없이 간결하고 단호하게만 말씀하셔서 약간 쫄았다.
 
-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되어 있지만, 생명을 과학의 힘을 빌려 인위적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일인가 하는 쓸데 없는 생각과, 시술 과정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으로 3개월 간 병원에 가지 않았다. 
 
- 진료비 : 5만원
 

3개월 간의 생활 : 난임 시술 지원비 신청, 건강한 일상 즐기기, 

- 22년 12월 말에 지난 번에 병원에서 발급 받은 '난임진단서'와 '난임시술 건강보험 횟수 적용 확인서'를 보건소에 제출하였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결정통지서'를 받았다. 유효기간은 3개월 이라고 한다. 
 
- 첫 진료 후 다음 진료 때까지 3개월 동안 나는 연말+연초 맞이 공연을 폭풍처럼 다니고, 가을 억새 구경도 다니고, 가족들과 좋은 곳에 가서 푹 쉬다 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난임, 시험관 이런 단어는 잊고 지냈다. 
 
- 사실 그 동안 영양제를 챙겨 먹고, 되도록 건강하게 밥을 먹으려고 했고, 가볍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생각도 정리하기는 했다. 
- 남편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남편은 ktx에 꽂혀서 '빨리' 아기를 갖고 싶은 의사를 표현했다.
- 내가 가진 쓸데 없는 윤리의식만 정리하면 될 문제였다. 
- 난임 카페에 가입하여 많은 시술 후기를 읽었다. 어렵게 가진 아이인 만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후기 등등.. 난임으로 고통 받고 시술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시 몰라서 챙겨 먹고 있던 영양제들... 내가 이런 걸 꾸준히 먹다니.

 

23년 2월 25일 토요일, 마리아 의원 두 번째 진료  : "시험관 시술 할게요"... 과배란 유도 주사 시작.

- 생리가 시작되었다. 이 번 달을 넘기면 난임시술비지원결정통지서 유효기간을 넘기게 된다. 그래서 병원에 갔다. 생각 없이. 
 
- 보통은 한 달 정도 몸을 건강한 상태로 만든 다음에 시술을 한다고 하셨는데, 잠시 고민하시더니 바로 시작하자고 하신다. 
- 초음파, 피검사, 소변검사를 받고, 수액을 맞고, 드디어 그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던 과배란유도주사를 받아 왔다. 

처음 받아 온 주사제들.

 
- 주사 : 고날에프펜 300 + IVF M-HP + 성장호르몬 
- 과배란을 유도하고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주사라는 것 말고 자세히는 모른다.
- 주사실에서 주사 맞고 설명 들은 후 약간의 쇼크 현상이 왔다. 너무 놀랐는데, 추후 실험 결과  공복 상태+긴장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 배아 이식 때까지 꼬박 한 달간 주사를 맞아야만 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난임병원 졸업 때까지 꼬박 두 달  맞았다...)
 
- 집에서 내가 내 배에 주사를 놓고 있으니 남편이 매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2차 이득이구만... 
- 주사를 놓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때에 따라 3대 내지 4내 정도의 주사를 놓아야 했는데, 주사를 미리 준비해 놓은 후, 알콜솜으로 배를 문질문질 소독해 주고, 한 손으로 도톰한 뱃살을 약간 꼬집듯 잡고(그래야 주사 느낌이 덜함) 한 손으로 과감하게 주사를 뿅 놓으면 된다.
- 처음에는 공복에 몇 번 놓았다가 저혈당 쇼크가 와서 10분 정도 누워 있어야 했다. 이후 안먹던 아침 밥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 주사보다 질정이 더 난관이었다. 시간 맞춰 넣어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수면 시간이 저녁 10시 정도로 빨라짐. 
- 약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시간에 맞춰서, 복용법에 맞춰서.
 
- 진료비용 : 납부액 9만 5천원 (진료비총액 56만원 / 시술지원비 22만원, 나머지는 의료보험)
- 약제비 : 6만원 (질염 치료용 항생제 , 어린이용 아스피린 30일분, 아르기닌 물병 20병)
 

 이후 난자 채취 전까지 약 10일간 병원에는 3번을 더 갔고, 계속 주사+질정을 유지했다. 

- 병원에서는 초음파를 보면서 난포가 자라는 상황을 체크하고, 그 때 그 때 주사와 약을 처방해 주셨다. 
- 이 때였나? 남편 정자 검사도 했었던 것 같다.
- 주사 4대를 맞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온몸이 띵띵 부었었다. 그 때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매우 놀랬다..

주사 종류가 늘어나고..
총 4대를 맞기도.

- 3 번의 진료비 : 납부액 15만원 (진료비 총액 90만원 / 시술지원비 25만원, 나머지는 의료보험)

- 약제비 : 중간에 영양제 20만원어치, 그외 약제비 4천원 정도.
 

23년 3월 8일 수요일, 난자 8개 및 정자 채취

- 난자를 채취할 때 수면마취 하겠냐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었는데, 지인은 수면마취를 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만약 시술을 한 번 더 해야 된다면 나도 수면마취 하지 않을 생각이다. 
 
- 난자를 채취하기 전 몸을 따뜻하게 해주라는 난임카페 후기들이 많았는데... 당일 아침 시술 대기실에서 보니 다른 환자들은 전부 수면양말 등을 신고 있었지만 나만 스타킹에 구두를... 부랴부랴 남편이 발바닥을 주물러 주면서 체온을 높이려 했으나 부질없을 것 같아서 관뒀다. 

 

- 옷을 갈아 입고, 대기실에서 수액 맞으며 대기하고, 수술실(?)에서 마취주사를 맞고, 눈을 떠보니 침대에 고이 누워 있었다. 간호 선생님들이 아직 어지러울테니 계속 누워있으라고 하셨다. 배가 쓰리고 불편해서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알고보니 자궁에 거즈 한무데기가 들어가 있었다. 두어 시간 후에 거즈 빼고 피가 뚝뚝 떨어지면 병원으로 연락하라고 하신다.
 
- 난자는 총 8개 채취되었다. 후기를 보면 10-20개 채취하신 분들도 많던데 잠깐 실망스러웠지만 8개가 어디냐 싶었다. 
 
- 오전에 한 두 어시간 병원에 다녀온 후, 오후에 출근해서 일을 하기 전에 거즈를 뺄 수 있었다.  거즈 양에 매우 놀람...ㅠ 

- 채취 후 배가 계속 좀 쓰리고 부풀어 올라있는 게 지속되었다. 채취하면서 난소가 바늘에 찔려서 멍이 들어있는 것이라고 한다. 복수가 차면 병원에 얼른 연락달란다. 
 
- 이제 내 난자가 배양실(?)에서 정자랑 만나서 무럭무럭 잘 자라주기만을 기다리는 수 밖에. 
- 난자를 채취하고 나면 주사 안맞을 줄 알았는데... 착상을 돕는 호르몬 주사와 질정을 계속 유지한다. 
 
- 진료비 : 납부금액 11만원(진료비 총액 140만원 / 시술지원비 50만원, 나머지 의료보험)

- 약제비 : 7만원(항생제, 질정 등)
 

시키시는 대로만 꾸준히.

 


다음 편!
시험관 시술 과정 기록 2 (배아 이식, 심장소리, 임신 10주 차 난임병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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