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어가는 여정/임신

시험관 시술 과정 기록 2 (배아 이식, 유산위기, 심장소리, 임신 10주 차 난임병원 졸업)

담연. 2023. 6. 29. 08:00

시험관 시술 과정 기록 1

 

시험관 시술 과정 기록 1 (난임 검사, 시술 결심에서 난자&정자 채취까지)

나는 30대 후반의 나이로, 결혼한지 만 3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았다. 병원에 가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과 자연임신을 시도하여도 소식이 없길래, 머리 아프기 싫어서 난임병원을 찾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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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3월 13일 월요일 : 배아 이식 (5일 배양 신선 배아 1개 이식)

- 채취된 난자는 총 8개, 모두 정자와 수정되었지만 세포분열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5일 배양을 통해  중급 퀄리티인 1개의 배아만 살아났았다. 동결배아도 없었다. 오우... 아슬아슬 했다. 수퍼 배아! 
 

혼자 살아남은 기적의 배아. 세포야, 반가워!

 
- 이식은 정-말 금방 끝났다. 마취는 없었다. 이식 후 일상생활을 그냥 이어나가도 된다고 하신다. 후기를 보면 이식 후 눕눕(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는..) 해야 한다, 쪼그리고 앉으면 안된다, 무거운 거 들면 안된다, 정자세로 누워 자야한다 등등의 말들이 많았는데 의사 선생님은 그냥 일상생활 하세요, 라고만 하신다. 쿨가이. 
 
- 이식 후 남편이 대신 운전해줘서 2시간 거리의 지역으로 가서 4-5시간 일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컨디션이 나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다. 
 
- 배가 더부룩하고 몸이 조금 피곤한 느낌이라서 이식날 밤 부터는 쉴 시간을 많이 마련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이후 배 당김 등이 있었는데, 문제는 채취 때 난소가 멍들고 부어서 배가 계속 빵빵하게 부풀어 있다 보니 너무 불편하고, 고무줄 바지를 찾게 된다. 
 
- 이식 후에는 정말 주사 안맞을 줄 알았는데... 프롤루텍스 주사와 질정, 약복용을 지속한다. 휴우....
 
- 진료비 : 납부금액 31만원 (진료비 총액 150만원 / 시술지원비 14만원, 나머지 의료보험)
- 시술지원금 모두 소진!!
 

23년 3월 22일 수요일 : 이식 후 10일 차 (=임신 4주 0일차)

- 오전 일찍 병원에 들러 피를 뽑고, 회사 가서 일을 하고, 점심 전 전화로 결과를 들은 다음 오후에 다시 병원에 가서 진료보고 주사와 처방전을 받아왔다.
 
- 1차 피검사 상, 호르몬 B-hcg 수치가 128.6으로, 배아는 착상이 잘 되었다. 즉, 임신 상태다 (수치가 100 이상이면 임신 상태!)
 
<참고: 혈액검사 수치에 따른 임신상태 여부 및 향후처치>

임신 혈액검사 수치 향후처치
0.1 이하 임신 실패, 2-3개월 쉬고 다시 시도 가능
0.1 ~ 10 대부분 임신에 실패한 수치이나, 드물게 피검사 수치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으므로 3-4일 후 재검사 필요
10 ~ 30 수치가 낮아 정상적인 임신진행 가능성이 높지 않으나, 간혹 수치가 상승하여 임신진행이 잘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프로게스트 주사나 질정제를 계속 사용하면서 3-4일마다 피검사 반복
30 ~ 100 임신하셨으나, 수치가 안정적이지 못함. 약을 계속 복용하고, 프로게스트 주사나 질정제는 계속 사용하면서 1주일 후 재검사 필요
100 이상 임신. 프로게스트 주사나 질정제를 계속 사용하면서 1주일 후 재검사

 
- 실감은 나지 않았다. 수치가 낮은 것도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관건은 앞으로 이 수치가 이틀에 두 배씩 증가해야 한다(=더블링). 의사 선생님께서는 2차 피검사 때는 수치가 1500이 넘어야 한다고 하셨다. 질정과 배주사를 유지하기.
 
- 내 인생 첫 '두 줄'을 보았다. 다음 진료 때까지 임신테스트기를 지속하다 보면, 기준 선에 비해서 내 호르몬(?) 선이 더 진해지는 때가 오는데 그 때를 '역전'이라고 한다. 선이 진해진다는 것은 임신 호르몬 수치가 증가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피검사 후 많이들 한다고 해서, 나도 한 번 해봤다. 배란테스트기도 이식 후 임신테스트기도 안하던 내가... 이 때 정말 조마조마 했었나보다.
 

인생 첫 두 줄.
다음 진료 때까지 이틀에 한 번씩 임신테스트기를 해보았다.

 
- 계속 배가 부어있고 배 당김 증상이 있으며 때때로 콕콕콕 쑤시는 느낌도 든다. 배가 부어 있고 불편한 것은 착상 후 배아가 자리잡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난소가 부은 게 지속되기 때문이란다. 배 빵빵은 여전하다. 남편이 계속 퇴근 길에 회사로 계속 데리러 오기 시작했다. 
 
- 주사와 약과 질정은 유지한다. 언제까지 해야하나... 끝이 다가오는 느낌이고 주사에 매우 익숙해져 있지만 끝내고 싶은 마음도 크다. 
 
- 진료비 : 납부금액 10만원 (진료비 총액 10만원) 
- 약제비 : 6만원 (질정, 아스피린 20알, 임테기 6개 ㅋㅋ)
 

23년 3월 28일 화요일 : 이식 후 16일 차 (=임신 4주 6일차)

- 원래 이식 후 17일차인 5주차 때 병원에 가야 하는데, 주사 바늘이 하나 모자라서 하루 앞당겨서 갔다. 피를 뽑고, 한 시간 정도 병원에서 대기했다. 
 
- 2차 피검사 수치 1376. 역시나 애매한 수치. 질정과 배주사 유지하라고 하신다 (ㅠㅠ).
- 수치가 낮아 약간 속상했는데, 간호 선생님은 수치일 뿐이니 주사 잘 맞고 일주일 후에 오라고 하셨다.
 
- 5주 3일차 정도 되니 배 불편함과 통증이 많이 감소하였고(난소 붓기가 빠진 듯) 증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두 통증이 생겨났다. 세포는 과연 아기집을 잘 짓고 있을 것인가. 두둥. 
 
- 진료비 : 납부금액 10만원 (진료비 총액 10만원)
- 약제비 : 3만원 (질정 7일분)
 

23년 4월 5일 수요일 : 임신 6주 0일차. 텅 빈 아기집, 입덧과 무기력과 우울의 극치.

- 이식 후 첫 초음파. 시험관이라면 원래 6주차 때 아기집과 난황(태반이 생기기 전까지 배아의 영양분 역할)이 보여야 하는데, 나는 아기집만 보인다. 아기집 크기는 1.3cm 정도로 적당하지만, 난황이 없는 것은 좋은 징조는 아니다. 초기여서 안보일 수도 있지만, 다음 주 초음파 때 난황과 태아가 보이지 않는다면 계류유산이라고 하신다.
 

텅 빈 아기집. 난황이 없다.

 
- '건강보험 임신. 출산 진료비 지급 신청서' 를 발급해 주셨다. 여기에는 임신 확인일, 분만예정일이 기입되어 있다. 이 서류로 국민행복카드를 발급 받아서 임신출산진료비(1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고, 보건소에서는 핑크색 임산부 뱃지, 임산부 주차 스티커(는 아닌데 명칭을 모르겠다, 유리에 붙이는 거..), 엽산, 철분제, 유산균, 티슈 등등을 받을 수 있다. 

보건소에서 받아온 물품들
국민행복카드. 나는 신한카드로 신청했다.

 
 
- 뭔가 힘빠지고 '역시 그럼 그렇지,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리가 없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무기력해진다. 세포가 아기집은 열심히 지어놨는데, 아직 인테리어가 안된 상태. 집주인은 대체 언제 올 것인가. 기다림의 연속이다. 설렘보다는 다소 지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괜히 같이 사는 고양이에게 '니가 언니 뱃속으로 들어가서 딸로 태어나라, 잘 키워줄게' 라는 말을 해보았다. 남편은 자신의 느긋함을 닮은 것이니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보자고 나를 다독여 주지만, 마음은 영 불편하다. 
 
- 이후 일주일 간 너무 너무 힘들었다. 이유모를 속 니글거림과 체한 듯한 느낌과 위염처럼 속이 쓰린 느낌으로 몸도 괴롭고(이때까지만 해도 입덧 증상인 줄 몰랐다), 임신 때문인지 불안감 때문인지 몸이 너무 무겁고 무기력하기 그지 없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헐떡이고, 1-2시간 우습게 해치우던 집안일은 손도 못대고 지냈다. 별 것 아닌 것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주루륵 흘렀다. 호르몬 변화 때문인지 우울감 때문인지. 출퇴근만 겨우 했다. 
 
- 인터넷에 '계류유산, 6주차 난황 안보임, 고사난자' 등등을 검색했다. 속 불편 증상이 입덧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입덧 증상이 있어도 결국 계류유산 했다는 후기, 6주 차 때 없던 아기가 7주차 때 뿅 나타났다는 후기, 아기가 나타났지만 크기가 작거나 심장박동수가 낮아 결국 유산되었다는 후기를 반복적으로 찾아 읽으면서 나 역시 임신 종결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하였다. 임신이 종결되면 등산이나 실컷가자, 헬스나 실컷하자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슬프고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다. 애써 괜찮은 척 하지만, 마음은 힘들었다. 
 
- 주사와 질정과 약을 유지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였지만, 묵묵히 진료 날 아침까지 잘 진행했다. 
- 간호 선생님이 임산부 영양제를 추천해 주셨지만, 다음 주 진료 때 태아 확인 후 먹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태아는 이미 내 몸속에 저장된 영양분으로 자라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셨다. 
 
- 악몽도 꾸었다. 진료를 보러 갔는데, 선생님이 소파수술을 준비하고 계셨다. 
 
- 진료비 : 납부금액 14만원 (진료비 총액 14만원. 초음파, 수액, 주사, 피검사..)
- 약제비 : 3만원 (질정 7일분)
 

23년 4월 12일 수요일 : 임신 7주 0일차. 나지막한 '오케이', 그리고 우렁찬 심장소리. 

- 남편이 병원에 동행해주었다. 만약 태아가 나타나지 않아서 계류유산 판정을 받을 경우 내가 힘들어 할까봐.
- 병원 가는 아침, 남편은 말수가 적었고 나는 좀 덤덤했다. 병원 대기실에서는 고양이 동영상을 보며 깔깔댔다. 초음파를 보러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낮은 목소리로 '오케이-' 하신다. 무슨 의미일까 싶었지만 기대는 없었다. 갑자기 생전 내 귀로 처음 듣는 소리를 들려 주신다. 심장 소리다. 눈물이 왈칵 났다. 선생님은 모니터를 내게로 돌려 아기집에 집주인이 나타난 것을 보여주시고, 태아 몸에 반짝반짝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보여주신다. 세상에. 심장 박동수 131bpm, 아기 크기 0.89cm! 7주에 적당한 심박수와 크기라고. 세상에... 얼떨떨 하고 믿기지가 않는다. 한 주 동안 뭘 제대로 못먹었는데 태아가 크고 있다.
 
- 다음 주가 마지막 진료라고 하신다. 그 다음 주에는 내게 신장 문제가 있으니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라고 하신다. 시험관 시술 1차 성공 후 8주 차에 난임병원 졸업이라니. 어머나...
 
- 대기실에 있는 남편에게 갔는데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았고, 남편은 마스크 뒤에 숨은 내 웃음을 못본 채 내 눈물만 보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간호 선생님이 질정, 주사 유지하라는 설명을 하셔서 남편이 알아차렸다. 우리의 첫 초음파 사진을 선물했다. 남편도 얼떨떨... 

우렁찬 심장소리!
태아야, 반가워!

 
- 시댁과 친정과 가까운 친구에게 아기집의 집주인이 나타났음을 알렸다. 소식을 알리지 않은 이들이 오랜 만에 연락을 해온다. 신기하다. 에너지가 통하는 느낌적인 느낌.
 
- 7주차 증상은 무기력감, 입덧(먹을 때만 괜찮고 나머지는 다 속이 불편하고 울렁거리고 헛트름의 연속), 피로감, 체력저하, 가끔 배 통증 정도이다. 무기력감과 입덧이 제일 문제다. 혼자 있을 때는 집안일을 아무 것도 못한다. 출퇴근 길이 너무 힘들다. 일찍 자도 늦게 겨우 겨우 일어난다. 남편이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고 퇴근 길에 데리러 오지 않았다면 못 버텨냈을 것 같다. 조금만 먹어도 속이 너무 불편하고 힘드니 먹는 것이 두려운 지경에 이르렀다(7주 3일차). 잘 때 배가 불편하고 당기는 것같은 찌릿한 통증이 간간이 있다. 자궁이 커지려고 하는 것인가? 
 
- 진료비 : 납부금액 0원 (진료비 총액 30만원 / 임신출산진료비 16만원, 나머지 의료보험. 초음파, 주사 등)
- 약제비 : 0원 (임신출산진료비 바우처로 결제, 7만원!! 질정 7일분+임산부 영양제. 두둥~)
 

23년 4월 19일 수요일 : 임신 8주 0일차. "전원 하세요".

- 난임병원 마지막 진료. (...옮길 대학병원 진료일이 너무 늦어져서 결국 2주 후에 난임 병원에 한 번 더 가기로 되었지만...).
- 심장소리와 태아를 또 보았다. 태아는 1.3cm 정도로 자랐고, 심박수도 160bpm 정도로 적절하게 지내고 있었다. 오호호... 역시나 뭘 잘 못 먹고 지내고 있는데 태아는 자기 속도대로 쑥쑥 자라고 있다. 신비롭다.
 

젤리곰 형태의 태아. 좀 귀엽군..

 
- 둘째 생각이 있으면 출산 후 몸 풀고 바로 오는 게 좋다는 말씀, 출산률 증가를 위해 후기를 여러 군데 작성하고 아기를 낳자는 주장을 펼치라는 말씀, 대학병원 진료 잘 받으라는 말씀 등등 해주셨다. 간호실에서 대학병원 진료 예약을 도와주셨는데 3주 후에나 가능하여 결국 2주 후 난임병원에 한 번 더 가게 되었다.
 
- 질정과 프로게스테론 주사는 2주분 처방. 아이고.. 언제 끝날까나. 태아가 잘 있다니 다행이다 싶고, 이번 주 들어서 입덧 증상도 한결 나아서 살 것 같다. 위장 운동이 저하되어 있다고 하니 조금씩 천천히 꼭꼭 씹어 자주 먹고 건강한 거 많이 먹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건강한 음식은 거의 못챙겨 먹었다. 그냥 눈에 보이는 거, 밥통에 냉장고에 있는 것만 대충 먹고, 속 불편해서 괴롭고, 무기력해서 출퇴근 외에는 침대에 소파에 누워만 지냈다. 요리를 할 수 없으니 냉동실에 있던 엄마표 곰국과 배달음식으로 연명했다. 호르몬 탓인지, 여전히 별 것 아닌 내용에도 쉽게 눈물이 난다.
 
- 이즈음 몸무게가 3kg 가량 빠졌다. 
 
- 진료비 : 납부금액 0원 (진료비 총액 30만원 / 임신출산진료비 21만원, 나머지 의료보험. 주사, 초음파 등)
- 약제비 : 0원 (임신출산진료비 바우처로 결제, 5만원!!, 질정 12일분)
 

23년 5월 3일 수요일 : 임신 10주 0일차. 첫 배초음파! 

- 난임병원 정말 마지막. 처음으로 배초음파를 보았다. 화면이 흐려 팔다리 구분은 잘 되지 않았지만, 심박, 반짝이며 뛰는 심장을 확인하고 진료를 끝냈다. 주사도 질정도 없다. 홀가분. 이제서야 안심이 많이 된다. 컨디션도 회복되고 있는 것 같다. 무리해서 움직이면 어지럽고 숨이 가쁘긴 하지만, 6~9주차에 비해서는 몸에 힘이 좀 더 들어온다. 조금 더 기운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초음파 화질 실화냐? ㅎㅎ

 
- 진료비 : 납부금액 0원 (총진료액 4만원 / 임신출산지원비 3만원, 나머지 의료보험)
- 약제비 : 없어~~ 약국 안가~~~
 

친구가 선물해준 꽃다발. 너무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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