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발리] 두 달간의 조촐한 수기 ㅡ 우붓 정착기 1

담연. 2017. 4. 19. 12:45

우리는 호치민에서 발리의 덴파사르 공항으로 넘어왔다. 1박에 8천원인 게스트하우스에 픽업 요청을 했더니 비행기 타기 전날 영상통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 무튼 픽업에 30 루피아. 우리 돈으로 3만원. 가격 흥정을 하여 편도 택시를 타는 것이 저렴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편하게 가기로 했다. 그렇게 발리에서의 달이 시작되었다


2일은 우붓의 게스트하우스, 3주는 작은 리조트 형태의 숙소, 달은 빌라에서 지내면서 한국에 있는 엄마와 동생을 초대해서 관광, 3일은 길리섬으로 이동, 나머지 며칠은 꾸따로 이동해서 지냈다. 제주도의 3배의 면적에 달하는 발리 우붓이라는 작은 마을에서만 반을 지냈다. 요가를 목적으로 발리에 갔지만 정작 수업은 밖에 듣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뒹굴뒹굴 하며 보냈다. 

 

우붓은, 힌두의 문화가 아주 이어져 내려오는 발리의 핵심적인 동네로, 자체가 커다란 갤러리로 느껴질 만큼 아트샵들이 분포해 있었다. 바이크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면서도 충분히 감상할 있는 각종 다양한 회화와 조각품들과 인테리어 소품들로 항상 눈이 즐거웠다. 우리가 도착했던 2 초순에는 아직 우기가 끝났는지 낮에 여러 차례 무섭게 비가 쏟아지는 날들이 많았는데 3월로 점점 넘어가는 길목에서는 항상 파란 하늘, 하얀 구름을 있었다. 


이후 가족들과 함께 갔던 멘장안은 정말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스노쿨링 포인트였고, 바투르산과 베두굴지역의 경치는 발리에 이런 곳도 있었다니 무척이나 놀라웠다. 가족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둘만 다녀온 길리섬은 작은 파라다이스의 느낌이었고, 꾸따는 쿵짝쿵짝 신이 나는 곳이었다. 


따뜻하고 편안한 곳으로 남아 있기도 하지만 두 달이라면 길고 긴 시간을 조금 비생산적으로 보낸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바다와 좀 더 가까워졌고, 힌두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간단하지만 끼니를 떼울 수 있는 요리 노하우도 익혔고, 멋진 집에서 한 달을 보낼 수도 있었고, 균은 서핑도 하였고, 여유롭게 영어 공부도 좀 더 할 수 있었고, 특히 가족들과 만나 여행을 할 수도 있었던 좋은 곳. 발리. 


이제부터는 당시에 작성한 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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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 

오전에 공항 도착, soca house에서  픽업 받고, 걸어서 돌아다님. 심카드를 사러 아무 마트에 들어갔다가 모르면서 괜히 너무 친절한 직원아가씨 때문에 3-4만원 가량을 손해봄. 걸어 다니려니 너무 더워서 짜증짜증의 연속. 생각보다 비싼 물가에 위축되고 기분이 상함. 자연경관은 개뿔 예쁜 꽃무늬 드레스 입은 아가씨들이 사진찍기 쇼핑하기에 여념 없는 우붓이라니실망감과 배신감이 너무 . 길도 울퉁불퉁하고 인도가 좁거나 아예 없으며 그나마 있는 인도도 보도블럭이 상한 곳이 많아 결국 걷기에 아주 좋지 않음. 호갱호갱. 픽업 받고 집으로 가는 길에 들린 루왁농장에서 괜히 커피나 사고호갱호갱.


게스트하우스는 우붓 전통 가정 집을 개조(?)해서 만들어진 숙소였는데형광등이 아닌 노란 전구 두개만 있어서 밤이 되면 매우 어두웠다. 그리고 그냥 왠지 언제 벌레가 튀어나올 모를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저렴해서 좋았지만 깨끗함과 벌레프리와 밝음을 원하는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곳이었다. 

 



1/23

바이크 빌려서 숙소 알아보러 다님. 아주 우연하게 찾아 들어가게 푸리숙스마(Puri Suksma)에서 친절한 매니져를 만나서 2주간 묵기로 하고(이후 일주일 연장) 집으로 돌아감. 여전히 높은 물가(가령 한끼에 보통 4-5천원물론 2-3천원 정도로 저렴한 로컬식당이 많이 있지만 초반에는 그런 생각도 못함….ㅠㅠ 마트 물가도 한국과 차이를 모를정도. 태국과 베트남에 있다가 넘어오니 체감은 ) 당황스럽고 앞날이 걱정되어 우울의 극치를 달림. 달이나 있어야 하는데…..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었다. 아무 것도 알아보지 않고 넘어왔던 것이 잘못이었다).


 

1/24 

Puri suksma. 수영장 있는 리조트. 50십만루피아를 받는다는데 2 275천루피아에 퉁침. 부엌을 쓰는 조건으로.

방은 깨끗, 매일 청소도 해주지만, 벌레가 너무 많이 들어옴…. 수영장은 아담. 손님이 거의 없어서 우리가 전세를 마냥 지냄. 직원들 친절. 매우 친절. 음식이 의외로 맛있어서 밖에 안나가고 여러 주문해서 먹음.

 

 




2/1

2 첫날을 기념하여 요가학원 등록. 전까지는 거의 집에서 뒹굴고 나가서 먹고 코코마트 다니는 전부였음. 

7:30 수업. Gentle flow 듣고 체력 방전….

 


2/2

쉬었던가. 균과의 마찰로(…) 우중충하게 있었던 . 


 

2/3

요가를 째고. 처음으로 장거리 바이크 여행. 30-40km 떨어져 있는 발리 남서쪽 서핑으로 유명한 꾸따에 다녀옴. 함더식당(우리가 자주 갔던 저렴로컬식당, 나시고랭을 먹고 균이가 "여기 올래" 라고 해서 함더식당으로 명명됨)에서 먹고 9:40 출발하여 1시간 걸림. 서핑이 목적이 아닌 김치 담글 재료 구입을 위한 마트 탐방이 목적. 그랜드럭키마트와 까르푸에서 한국 식재료 쇼핑 참치뱃살을 먹으러 가려 나왔더니....... 장난이 아닌 . 시간 정도 지나도 그칠 기미가 없어서 비맞는 채로 출발. 30 정도 비에 홀딱 젖은 드라이브를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편의점에 들려 컵라면을 먹는 사이 비가 그침. . 5. 날이 흐릿. 그래도 수영. 후회. 저녁은 폭립. 굿. 돼지돼지 바비 바비바비. 얼마만의 바비더냐.

 

(바비=돼지)

 




2/4 

7:30 yoga

rest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 (비가 번도 안옴). 기분 좋음

12:00 함더식당

1:30 뮤지엄 -- 느낌이 정말 좋았다. 발리의 전통 회화를 보는데 스토리가 있어서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마치 한국 전통화를 보는 . 신화적인 내용들이 많았고, 그리고 일상적인 축제나 농사일 등이 그려진 그림도 좋았다. 다만 모든 관마다 비슷한 그림들이 많아 끝에가면 지루해진다는 단점아닌 단점. 8500 표값에 음료도 줘서 시원하니 마시고 나왔다.

 

4:00 . 스벅 종이백 지갑(어느 블로그에서 종이백으로 지갑을 만든 것을 보고, 우붓 스벅에 가서 종이백 하나 얻어와 만듦. 그동안 지갑이 없었고 괜히 사려니 아까웠기 때문).

수영

 

5:30-6:00 폭립과 빈땅 -- 숙소 바로 옆에 굉장한 맛집이 있었다. 점보 폭립이 2천원 가량하는데 양도 어마어마하고 소스도 맛있다. ㅎㅎ 

. . 

벌레 퇴치-이상하게 벌레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괴로웠다. 

영어 약간. 요가 검색하다가 잠들 타이밍 놓침결국 새벽녘 동틀 쯤에 잠들었다.

 

(요가 강사 과정을 보낸 어떤 ) 에너지가 부러워짐. 모자란 발견. 질투와 자책의 얕은 감정들 느껴짐.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ㅡ

 


이어서 2/5 새벽 네시.

아마도 달랏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그래봤자 2) 잠이 오지 않는 새벽시간.

아마도 나는 오늘 하루 동안 스쳐지나 갔는지도 모를 법한 사소한 일들로 인해 심장이 쿵쾅대고, 정체를 없는 불안에 휩싸여 허우적거리고 있는 듯하다.

 


두서없이 써내려가보자면

  • 내가 떠나온 현실에 있는 사람들로부터의 외면에 대한 두려움 : 두려움은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가 모든(이라 쓰고 부분적이라고 이해하는) 인간의 만상을 이끄는 것임을 단적으로( 쓰고 역시 부분적이라고 이해하는)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는 내가 그들과 단절되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느끼는 불안감이다. 자명하다.
  • 공부에 대한 불안감 : 영어도 그렇고 심리학도 그렇고 하나 하는 없고 지긋하게 하질 못하고 능력도 떨어진다는…. 이런 고질적인 낮은 자존감과 자기비하라니……..
  • 이유가 있다. 요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블로거에 대해서 느껴지는 ...

  • 에너지가 밝군. 나는 글에서도 진지충인데.
  • 능력도 있군. 돈도 벌고 영어마저 잘해. 나는 요가 수업 리스닝도 안되고 돈도 없고 직장도 없는데(여행자니까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서 200만원 밖에 벌까봐 벌써부터 두려움) (쓰고보니 그것만 벌어도 소소하게 살겠네)
  • 공부도 열심히 하네...전공도 아니면서나는 전공도 뭐도 공부를 해도 밖으로 내질 못하는데.
  • 쓰고보니 나의 이야기에는 자기비하, 편협하고부정적인 판단, 흑백논리로 점철되어 있다. 이런 것들이 여전히 우울감을 야기시키고 삶의 즐거움을 좀먹는구나.
  • 역시, 통합이 되지 않는다. 사고가 통합이 되어야 논리가 생길텐데 논리도 통합도 …… 아니 비난하고 있다.
  • 이런 식이다. 하나의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생각에 반대한다. 그러고는 어정쩡한 자세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먹구름이 잔뜩 시간에 끌려 다니고야 만다.
  •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오전 첫타임 수업을 들으러 가려 했으나, 못가게 되었다. 균에게 정말 미안하다. 폭포라도 다녀올 있길
  • 그리고 흐름을 중심을 되찾길. ……………….



2/6 mon

9 함더식당에서 가벼운 아침

10 yoga beginners class . 천천히 아사나 기본 동작들을 . 좋음.

, 휴식  

한국에서 오는 커플들이 부탁한 집을 보러 . 논길로 접어들어 고생고생... 결국 못찾음.

Cupit BBQ 갔는데 실망. 점보의 반값에 양이 반보다 적고 고기가 질고 없음. 균의 말에 따르면, 구운지 오래되어 마르고 질겨진 고기를 다시 데워서 양념발라 나왔다고...실망. 

생리 날로 컨디션이 좋지 못해 집으로 귀가. 쉬면서 피자 시켜먹고  

 


2/7

오늘은 균이 늦잠을 잤네. 나는 생리 때문에 컨디션이 매우 좋지 못하다. 10시쯤 비자 연장을 위해 빈땅마트로 갔고 친절한 직원 덕에 무리 없이 비자 연장을 하고, 빈땅마트에서 장을 봐왔다. 균이 부엌에서 마파두부를 만들어 직원들 그릇 주고, 우리도 맛있게 먹었다. 

 

배가 너무 아프고 몸살이 몸이 아파 자고 일어나 영어 공부를 시작. 이제는 문이 아니라 장문을 말하고 싶어서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자 연장할 때에도 직원이 영어 알아듣는다고 매우 좋아했는데.. 리스닝은 되나 스피킹이 되지 않는 매우 불편한 진실. 뇌를 훈련시켜야 하는데 말이다. 운동 영역아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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