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5

[발리] 두 달간의 조촐한 수기 ㅡ 길리(Gili), 꾸따(Kuta)

길리 3박4일 길리섬은 인도네시아의 큰 섬인 롬복 섬의 북서쪽에 위치한 아주 작은 섬이다. 실제 길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 길리 메노(Gili Meno), 길리 아이르(Gili Air)의 세 섬을 통틀어 길리섬이라고 부르고, 길리 트라왕안, 길리 T섬이 가장 크고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보통 스노쿨링을 기본으로 하고, 다이빙도 많이 하며(한인 강사가 운영하는 다이빙 업체가 있음), 그냥 휴양차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길리에는 오토바이나 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이 없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마차를 타거나 숙소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고, 길 위에는 인력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길리 트라왕안은 길리의 세 섬들 중 가장 크지만 자전거를 타고서 두 시간 정도면 해변을..

떠남 2017.04.30

[발리] 두 달간의 조촐한 수기 ㅡ 우붓. 불안의 결과

2/27 불안으로 인한 냉전, 우붓새벽시장에서 풀다.사실 2월 마지막날 새벽 3시를 넘긴 시각. 최근 이틀 정도 균과 다투어 냉랭한 시간을 보내었다. 말도 없이, 각자 밥 해먹고. 나는 설거지를 전혀 하지 않고. 쳐다도 보질 않고. 신경질적으로 대답하고. 무시하고. 며칠 지났다고 마음이 상했던 이유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흠. 생각났다.나의 불안 때문이었다. 최근, 늘 내 속에 잠재되어 있던 불안이 스믈스믈 기어 올라왔고, 그러는 사이 균의 사소한 언행 하나하나에 신경이 곤두섰다. 나의 불안이 여러 단계를 거쳐 분노로 변화되어 최종적으로 균에게 쏟아진 것이다. 내가 여행을 잘, 여러 의미에서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면, 여행이 조금이라도 잘못 되고 있는 이유를 모두 균에게 전가하게 되..

떠남 2017.04.30

[발리] 두 달간의 조촐한 수기 ㅡ 우붓. 불안, 관계에 대한 단상들

2/19 미래에 대한 걱정과 자기위안정말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순간에 번개처럼 스쳐지나가는 장면들이 있다. 침습적 사고 혹은 침습적 이미지라고도 하는 그 것. 어떨 때에는 그것이 내가 과거에 말이나 행동에서 실수를 했거나 부끄러움이나 수치를 느꼈던 장면이기도 하고, 머지 않은 미래에 나는 이러한 일들을 경험할 거야, 하는 상상의(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사실들에 기반한 추론적인) 장면들이기도 하다. 과거의 장면들이 지나갈 때에는 한심했던 내 모습에 속이 쓰라리기는 하여도 '그래, 이런 식으로 다시 한 번 떠올린 후 깨끗하게 정화가 되는 거야' 라며 나름대로 스스로 위안을 하지만, 미래의 장면들이 상상될 때에는 야릇한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문득문득 상상하는 불안하고 기분 나쁜 ..

떠남 2017.04.30

[발리] 두 달간의 조촐한 수기 ㅡ 우붓, 새 집에서의 첫 일주일 기록

2/11 토 밤.일기를 걸렀다. 아휴.. 며칠 내도록 비가 참 많이 내렸다. 수요일에는 무엇을 하였더라? 장염으로 고생했나? 아무래도 맛이 이상했던 생수 때문인 것 같다. 목요일에는 그냥 쉬었다. 배가 너무 아팠기 때문에... 균이 혼자 마트도 다녀오고, 혼자 음식을 해서 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다 했다. 미안하였다. 사실 다른 투숙객들을 위한 요리를 하는 주방에서 우리 둘이 어슬렁거리기가 눈치도 보였고(균은 아니고 나만 눈치를 보는 듯) 몸이 아파 귀찮기도 했고 내 주방이 아니니 무언가를 하기가 싫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균이 죽을 끓여 주어 잘 먹었다. 그리고 이사갈 집에 짐을 가져다 두었다. 두 세 시쯤. 주인아저씨는 늘 웃으면서 반겨 주신다. 유머도 있으시다. 체크인 날이 금요일인데 우..

떠남 2017.04.30

[발리] 두 달간의 조촐한 수기 ㅡ 우붓 정착기 1

우리는 호치민에서 발리의 덴파사르 공항으로 넘어왔다. 1박에 8천원인 게스트하우스에 픽업 요청을 했더니 비행기 타기 전날 영상통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 무튼 픽업에 30만 루피아. 우리 돈으로 3만원. 가격 흥정을 하여 편도 택시를 타는 것이 더 저렴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편하게 가기로 했다. 그렇게 발리에서의 두 달이 시작되었다. 첫 2일은 우붓의 게스트하우스, 3주는 작은 리조트 형태의 숙소, 한 달은 빌라에서 지내면서 한국에 있는 엄마와 동생을 초대해서 관광, 3일은 길리섬으로 이동, 나머지 며칠은 꾸따로 이동해서 지냈다. 제주도의 3배의 면적에 달하는 발리 중 우붓이라는 작은 마을에서만 한 달 반을 지냈다. 요가를 목적으로 발리에 갔지만 정작 수업은 세 번 밖에 듣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

떠남 2017.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