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부모가 되어가는 여정/육아일기 (3)
담연(湛然), 평온하다, 맑다, 완전히 비추다.
그리고 나는 아기에게 얼마나 몰입하였는가. '엄마가 철학할 때'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컴퓨터를 켰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위니콧의 이론을 토대로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신분석, 대상관계, 생후 첫 1년, 충분히 좋은 엄마, 등등의 용어는 내게 매우 익숙한 것들이다. 아기가 돌이 되기 전까지 마음 한 구석에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용어들이기도 하다. 무튼, 책에서 또 언급된다. 생후 첫 1년 아기가 엄마에게 절대적 의존 경험을 해야 인생을 편안하게 산다고. 물론 넉넉잡아 생후 6년이라고 설명을 하기는 하지만, 애써 묻어두고 싶어도 묻어둘 수 없는 나의 죄책감이 자극받아 글을 쓰게 된다. 우리 아기는 나를 통해 어떠한 자기표상과 대인표상을..
1.그사이 이가 2개 더 올라왔다. 윗 앞니 하나, 그 옆니 하나. 순서도 제각각.세포로 나타나는 것도 늦더니머리카락도 늦고치아도 늦고. 2.떼가 늘었다. 밤새 축축해진 기저귀 안 갈거야,옷 갈아 입기 싫어,밥 먹기 싫어, 손 안씻어, 치카 안해,옷 입기 싫어, 내복만 입고 나갈 거야, 엄마 신발 신고 나갈거야,신발 벗고 돌아다닐 거야, 집에 안들어 갈거야,거기로 안갈거야,유모차 안타고 품에 안겨서 돌아다닐 거야,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지하철 역안에서 계속 돌아,국밥집에 들어가, 수퍼에 들어가(반겨주는 이모님들 계심),엄마 안경 내놔,어른 먹는 거 다 내놔,쨍그랑 하는 그릇 다 내놔,이모랑 영통 해, 아빠랑 할머니랑은 안할거야,그노래 말고 다른 노래 불러줘,엄마 노래 말고 음원으로 틀어줘,등등....
걷고 뛰고 점프하고 두 발을 디디며 한 계단씩 오르고손이나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고손이나 난간을 잡고 외나무다리를 건너가고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고어른 의자에 올라 앉고 종이나 휴지를 찢고작은 물건을 엄지와 검지로 잡아 올리고작은 구멍에 막대를 끼우고스티커를 떼고 붙이고 단추나 지퍼가 잠기지 않은 윗 옷을 벗고 또 팔을 끼워 대충 걸치고바지에 다리를 엉성히 끼우고, 엉덩이에 걸리지만 어쨌든 두 손으로 바지를 끌어 올리고세수와 양치질 흉내를 내고 숟가락과 포크로 음식을 떠먹고 앞섶이 다 젖을 지언정 컵으로 물을 마시고계란이나 과일 껍질을 까서 먹고 엄마, 아빠, 맘마, 정확히 발음하고질문에 '응!' 하거나 절레절레 하며 의사를 표현하고간단한 지시를 수행하고(ex. 색연필은 연필꽂이에 꽂아, 이거 아빠 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