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 이모에게 생전 처음으로 편지를 쓰다가 눈물이 터졌다. 해맑게 이 곳의 행복한 시간만을 전하려고 했는데 너무도 자동적으로 순식간에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들과, 뿌리 깊은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고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한도 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심리적인 역량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만하면 됐는데, 뭐가 이다지도, 아니 아직까지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 대단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단한 위치에 오른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일을 해낸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대체 무엇에 그렇게 쫓기듯 쪼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버린 돌덩이 마냥 세상의 온갖 힘겨움을 짊어 안은 것처럼 살았을까. 이 서러움의 눈물 속에는 그 시간을 과연 이모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