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017년 2월 마지막 날이다.
나는 지난 해 말, 빠이에서 타의에 수동적으로 못이기는 척 하며 자의적으로 꼭 두 달간 머물렀다. 우리는 그 두 달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많은 곳을 방문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썩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값지고 귀한 인연들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했던 그 시간들 그 자체가 정말 소중하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시간이었다. 짧게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들과 많은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알게 모르게 언젠가 꼭 다시 만나는 게 당연할 것만 같고 그냥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사이였던 것만 같은 편안했던 사람들.
타국에서 그리 긴 시간을 체류하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여행이 아닌, '늘 그러한 듯하면서도 다른 종류의 일상' 을 보내는 그 자체도 매우 소중했다. 아마도 내 평생, 적어도 유치원 입학 이후로는 느껴보지 못한, 뭐랄까,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그래, 나에게 주어진 '당위' 나 '의무'가 거의 없이 자유로운, 전적으로 내 마음대로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못난 나, 좋은 나, 그저 그런 나 등등 온갖 나를 마주하며 갖가지의 감정과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했다가도 한 순간에 도를 깨우치기를, 인간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다가도 더할나위 없이 열린 마음으로 관대해지기를 수 차례 반복하였다. 그러면서 여행 혹은 삶에 대한 내 물음표는 짙어져만 가기도 했지만.
무튼 그 곳을 떠나려고 하는 그 순간부터 그 곳이 무척이나 그리워졌고, 구불구불 커브길을 빠져 나오는 동안 그 애틋함이 더욱더 짙어졌으며, 무겁게나마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이후의 행선지에서는 그 곳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무쳤다. 어딜가도 그 곳만한 곳이 없었고, 우리를 농담삼아 붙잡아 주신 분의 말씀에 못이겨 더 머무를걸 하는 후회가 치솟기도 했다.
나에게 그 곳은 그런 곳이다. 여러 번 그 곳을 방문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도 그 먼곳까지 재차 방문하는 이유를 썩 명료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냥, 이 곳이니까. 그냥, 이 곳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가 내가 들은 최선의 답변이었다.
첩첩으로 솟아 있는 산들에 둘러싸인 그 작은 동네. 그 곳이 뭐라고 이다지도 그리웁고 애틋한지. 바이크를 타고 수없이 다니던 그 길들 그 바람결과 그 냄새와 그 색깔과 표정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도 그냥, 그 언젠가, 그 곳에서 함께했던 그들 모두 다시 모여서 도란도란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웃고 음악을 듣거나 하염없이 멍하니 앉아 게으름을 피우는 장면을 자주 떠올려 본다. 긴장되어 있던 근육들과 마음이 탁 하고 풀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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