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연(湛然), 평온하다, 맑다, 완전히 비추다.
16개월을 보내며 본문
1.
그사이 이가 2개 더 올라왔다.
윗 앞니 하나, 그 옆니 하나.
순서도 제각각.
세포로 나타나는 것도 늦더니
머리카락도 늦고
치아도 늦고.
2.
떼가 늘었다.
밤새 축축해진 기저귀 안 갈거야,
옷 갈아 입기 싫어,
밥 먹기 싫어,
손 안씻어,
치카 안해,
옷 입기 싫어,
내복만 입고 나갈 거야,
엄마 신발 신고 나갈거야,
신발 벗고 돌아다닐 거야,
집에 안들어 갈거야,
거기로 안갈거야,
유모차 안타고 품에 안겨서 돌아다닐 거야,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
지하철 역안에서 계속 돌아,
국밥집에 들어가,
수퍼에 들어가(반겨주는 이모님들 계심),
엄마 안경 내놔,
어른 먹는 거 다 내놔,
쨍그랑 하는 그릇 다 내놔,
이모랑 영통 해, 아빠랑 할머니랑은 안할거야,
그노래 말고 다른 노래 불러줘,
엄마 노래 말고 음원으로 틀어줘,
등등......
3.
너무너무 귀엽다.
어른의 눈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대성통곡 하는 모습을 보면
헛웃음이....
ㅎㅎ
심장이 아프다.
4.
내가 출근하는 날과 시간이 늘어 나면서
아이와 함께 즐겁게 노는 시간이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나는 출근준비를 하고
아이는 혼자 쫑알거리며 돌아다닌다.
가끔씩 나를 살피면서.
나의 죄책감을 만회하고자
쓸데 없이 아이에게 말을 걸지만,
아이 마음에 가닿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
심장이 저린다.
5.
돌이 되기 전까지
아기가 언제 크려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16개월이 멀어 보였고
아직 더 발달해야만 하는 단계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그저 지금 상태만 보려 한다.
지나고 보니, 왜 그 때 그 시절 그 예뻤을 때 느낌을
몸에 더 각인시키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과
기억이 소멸되는 것에 대한 슬픈 마음이 든다.
그냥 이 순간 아이와 행복을 만끽하는 것,
그것만 하자.
6.
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과 조화로워지는 방법을 배워 가는 중이다.
그 과정이 경이롭다.
그러한 아이의 모습을 바로 곁에서
1열직관 할 수 있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7.
부모가 되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이
부모가 되어본 자들의 오만함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토록 충만하고 가슴시린 사랑을
또 누구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랑해,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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