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과 일주일 만에 (우리로선 매우 긴 시간) 외식을 했다.
다음 주 수요일은 우리가 장기여행을 떠난 날로부터 4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래서 나는 매우 설레이고 들떠있는 상태였다.
그날 하루 연가를 냈기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그래, 사진을 정리하고 앨범을 제작하자, 는 결론에 이르렀고,
자연스레 네팔 이야기로 흘러갔다.
균은 다시 나와 여행을 떠나 네팔로 가서 라운딩을 해도, 난 여전히 힘들어 할 것 같다는 농을 던졌다.
균은 내게, 그때 너는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 보였다, 고 하여,
나는 육체적으로 힘든 게 더 컸다, 고 반박하다가
불현듯 네팔 첫 숙소에서 힘든 마음을 담은 글이 떠올랐다.
그래, 난 네팔에 도착한 첫날부터 집에 가고 싶었다며, 글을 보며 낄낄대고 웃었다.
그렇게 이 블로그에 정말 오랜만에 들어왔다.
집에왔는데, 오랜만의 과식에 균은 배가 부른지 소파에서 잠에 들어 버렸다.
며칠 전 주문한 PDM 번역서를 원서와 비교하다가,
블로그 생각이 나서 컴퓨터를 켜고, 천천히 지난 글들을 읽어 보았다.
이유모를 자책과
끝모를 공허함에
몸서리 쳤던 그 시간들이
담백한 문장 속에서
생생히 느껴졌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많이 달라져 있음이 느껴졌다.
나는 그사이 균과 결혼을 하였고
퇴근하는 하루하루는 매일이 즐겁고
가끔 해야 할 일이 있어 답답하기는 하나
비교적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온다.
물론, 내가 선택한 이 길에 대한 굉장한 회의감으로 괴로웠고
여전히 여기가 어딘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수 없는 느낌에 혼란스러운 때도 있었지만
비교적,
아니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롭고, 편안하고, 고요한, 가벼운,
그런 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과거의 글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혔지만
지금의 내 상태에 감사하고
여기까지 잘 버텨온 과거의 나에게 감사하고
이런 나를 지탱해주는 가까운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
물론, 오늘 대화의 장에서 느껴진 나의 열등감과 사회적 위축을 직면하여 속이 쓰리긴 했지만,
그것은 그저 또 풀어가면 될 문제이다.
집에오면 늘 나를 반겨주는 삐용과 균이 있어
나는 안정감을 느낀다.
잠이 온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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