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놓아버림의 고통

담연. 2016. 7. 5. 09:53

고통스러우면 그건 놓아버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많은 것을 놓아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 많은 것들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눌러 앉아 있다.



부끄럽지만 근래에 새롭게 드는 미성숙하고 원시적인 사고를 늘어놓자면,


1. 2년간 지켜왔던 이 자리를 다른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것이 싫다. 내 것이라는 우스운 소유욕이 고개를 쳐든다.

2. 새로운 사람에 대한 좋은 평가에 질투가 난다. 그럼 난? 나는 어떘어? .. 난 잘 못했다고 생각하지? 안그래?

3. 나에게 오는 칭찬과 달콤한 말들에 대한 의심이 든다. 정말? 빈말이라도 고맙지만 그건 빈말이잖아

4. 굉장히 미묘한 느낌인데, 

내가 내 발로 나가는 거지만, 

사실은 그들이 날 좋게 생각하지 않기에  내가 나가기를 은근히 바랄 것이라는 망상이 들기도 한다.



좋지 않다. 

쉽게 말하면 꼬인거고,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trait와 interpersonal cognition, objective relationship(?)에 문제가 있는 거다.



그리고 정말 케케묵은 고민은


5. 기회비용. 즉 '돈' '경력' '실력' 에 대한 염려. 

여태까지의 내 삶의 패러다임에 비춰본다면 내 생존과도 직결된 주제이기에 쉽게 놓아버릴 수가 없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


최근 읽은 긍정심리학 관련 텍스트에서, (그리고 많은 심리치료 이론들에서), 

한 사람이 가진 과거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보다 그 속에서도 성장, 발전, 더 나은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를 토대로, 나의 저 원시적이고 케케묵은 집착과 두려움과 자부심과 욕심에 대한 CBT적 접근을 해보자면


- 다녀와도 난 잘 할 수 있고, 돈과 경력이야 시간이 지나면 또 쌓인다.

- 설령 나빠진다 하여도 괜찮다, 과거보다는 단단해졌으니까.

- 2년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적어도 못하지는 않았다. 

- 마음이 담긴 시간을 보내었고, 그걸 저 사람이 알지 못하더라도 나 스스로는 만족한다. 아쉽기는 하지만. 



...들인 돈과 시간 대비 여행의 효과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 정도로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기에 그 판단은 보류해야겠다.



그리고 여행에 대한 기대도 크다.

꾸준하게, 


1. 영어 및 스페인어

2. 운동

3. 독서.

4. 드로잉ㅋㅋ수채화 가능한 색연필 구입 예정. 생각만 해도 좋다.







쓰고보니, 난 몇 개월 가량 같은 생각을 계속 반추하고 있다. 


며칠 전, 균에게, 미성숙이란 자신의 사고와 행동패턴을 환경에 맞게끔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일장연설을 늘어 놓았었는데

내가 미성숙한 사람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불확실성과 변화 그리고 불안정을 두려워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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