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깐짜나부리(Kanchanaburi) 3박 4일의 기록

2016년 10월 16일 일 ㅡ 19일 수(3박 4일)

첫 날 : 아유타야에서 깐짜나부리로 이동

아유타야에서 깐짜나부리로 가는 방법 

아유타야 나레쑤언 로드(naresuan road) 근처 메인버스터미널(Main Bus Terminal)에서 미니밴을 타고 수판부리로 가서(1시간반 가량 소요, 1인 80B=2500백원), 수판부리에서 깐짜나부리로 가는 큰 버스(1시간반 정도 소요, 1인 50B=1600백원)로 갈아타야 한다

• 버스터미널에 가면 벤들이 죽~ 늘어서있다. “방콕~~ 수판부리~” 라고 외치는 기사아저씨들께 “수판부리?”라고 물어보면 어느 밴을 타야 하는지 친절히 가르쳐 주신다. 우리 밴 아저씨는 우리에게 “깐짜나부리?” 라고 센스있게 되물어 보셨다. “예스” 라고 하니 수판부리에서 버스를 갈아타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면서 수판부리에서 출발하는 빅버스는 덜컹덜컹 할 거라는 것을 손짓과 의성어로 표현해주셨는데 유쾌했다. 

• 태국의 이 미니밴 시스템 참 재미있다. 수판부리 직행이 아니라 가는 길에 육교 밑 같은 곳에 정차하고 사람들이 어디 가는지 물어본 다음 가능하면 태우고 안되면 오~ 하며 아저씨가 미안한? 곤란한? 표정을 지으신다. 약간 시외 오가는 마을버스 느낌이랄까? 그리고 개인이 하는 건지 회사 소속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국도같기도 하고 고속도로 같기도 한 넓고 뻥 뚫린 길을 달리는데 저 멀리 갓길에서 서 있는 사람이 손을 흔드니 아저씨가 차를 세워준다. 그 손님은 아무 말 없이 그냥 탔다. 마찬가지고 중간쯤 탄 내 옆 아주머니는 돈을 아저씨께 건넨다. 내릴 때가 다 되었나보다. 개인밴일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곧 이정표도 표지판도 없는 도로 한 가운데에서 내리신다. 옆에 마을이 있나본데 알 수 없다. 허허벌판이기 때문이다. 커다란 짐 세개를 들고 땀 뻘뻘 흘리며 타셨는데…

• 미니밴이 빠른 이유는 과속과 추월 때문이다. 중앙선 넘어 마주오는 차량을 쇽쇽 피해 추월을 하신다. 난 봤다. 속도계 140 찍은 걸.. 길 가 표지판에 40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게 제한 속도가 아니길 바랄 뿐.

• 1시간 20분 정도 달려와서 수판부리 버스 스테이션에 도착(11시 50분 쯤). 모두 내린다. 아저씨가 옆에 있는 큰 버스를 가리키며 이걸 타면 된다고  알려 주셨다. 큰 버스에 승객을 태우는 여성분도 마찬가지로 이 버스를 타면 된다며 12:20에 출발하니 런치 먹으라고 안내해주었다. 버스 창문이 다 열려 있길래 에어컨 버스는 없냐고 하니 "sometime ac bus sometime no ac bus" 라며 좀 전에 ac버스가 떠났다고ㅜㅜ 복볼복. 균에게 매우 미안했다. 그런데 다행히 선풍기가 있어서 막 덥지는 않았다. 어느 블로그에서는 절대 타지 말라던데 버스 온도는 날씨 영향을 좀 많이 받는 듯. 심지어 달리는 동안 소나기 구간을 지나가기도 해서 춥기까지 했다. 앞뒷 문을 열고 다닌다. 차장 언니가 돈을 걷고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도움을 준다

아유타야는 뭔가 천천히 느긋하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바쁜 소도시의 느낌이 강하다. 펄프 산업이 주로 발달되어 있고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전쟁의 아픔이 진하게 묻어나는 곳이라 그런지, 첫 인상은 삭막함이었다.

깐짜나부리의 여행자의 거리는 터미널에서 꽤 멀었다. 무거운 배낭을 들고 호기롭게 걸어 가다가 여행자의 거리까지 미처 가지 못하고 중간에 나타난 게스트하우스에 그냥 짐을 풀어 버렸다 (Baan Ma Fuang Guest house. 650밧, 2만원 정도. 딱 기본적인 시설의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게하. 화장실 특히 욕실이 매우 좁고 날파리 천국. 에어컨이 시원하지 않음. 균이 여기서 살진 못하겠다 함. 하루만 묵기로 결정). 

짐을 풀고, 콰이강 다리로 걸어가다가 유엔묘지공원을 발견, 그 인근에 Death Rail Museum 이 보여서 들어갔다. 150B(4500원 정도). 내용이 썩 많지 않지만 제 2차세계대전과 일본의 야욕으로 인한 동아시아 상황 및 데스레일웨이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감 잡기에 딱 좋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균이 전시된 그림과 유물을 보고 흥미를 보였다는 점이다. 자신이 몰랐던 역사에 대해 알게되어 마음 속으로 깊은 빡침을 느끼고 숙연해진 모습을 보였다. 나중에는 헬파이어패스 뮤지엄에 가고 싶다고까지 말하였다. 오.. 여행이 균을 변화시키고 있다. 역시 경험은 중요하다.

 

돌아 다니다가 아무데나 들어간 식당 팟타이랑 닭날개튀김이 너무 맛있어서 팟타이를 한 그릇이나 더 주문해서 먹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깐짜나부리 기차역 인근 나이트마켓에 갔다. 구글맵스 정보에 따르면 17:30에 오픈. 그저께 아유타야 나이트마켓에 약간 실망해서 별 기대없이 갔는데 왠걸 정말 크고 사람과 물건과 먹거리가 많은 시장이었다. 잔뜩 먹고, 치마를 사고, 돌아왔다. 

씻고 깐짜나부리에 대해 알아보는데..... 여기 저기 돌아보려면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된다. ㅜㅜ 젠장이다. 왜케 여유가 없지? 여유시간을 가지려면 미리미리 알아봐야 한다. 여유시간이 생기면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편지도 쓸 텐데. (과연?). 무튼 자유여행으로 여러 날을 투자하여 많은 곳을 꼼꼼히 둘러 보느냐, 투어로 퉁치느냐를 놓고 흰머리가 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고민을 하였다. 아래는 그 고민의 흔적들.

 <<깐짜나부리에서 가볼만한 곳, 만약 내 스스로 찾아간다면 3일이 필요>>

* 에라완 국립공원(Erawan National Park) : 버스 오전 8시에 터미널에서 출발 — 7개의 폭포를 돌고, 내려와서 시간 맞춰 버스를 타야 함. 7/11에서 모기퇴치 크림과 스프레이를 뿌리고 가기. 타올 챙기기. 짐은 가볍게.  8170버스라네?

* 헬파이어패스(Hell fire Pass) : 터미널에서 8000(?)번 완행버스 타야 함. 청~까우캇 이라고 하면 알아 들어 줌. 도착 후 조금 걸어가면 헬 파이어 패스 박물관이 있음. 박물관 관람 후 산책길(편도 4km, 왕복 8km)이라고 쓰지만 당시 강제노역을 당한 수만명의 포로들이 맨손으로 산을 깎고 길을 다져 준 그 길을 다녀옴. 돌아와서 노란색 지붕의 곳에서 버스 타고 되돌아 오면 됨. 중요한 것은 간식을 싸가야 함.

* 죽음의 철도 완행열차 : 하루에 세 차례 기차가 운행함. 방콕 톤부리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남똑역까지 이어짐. 깐자나부리 기차역에서 남똑가는 기차는 6시 7분, 10시반, 16시 26분에 출발. 탐그라쎄(Sapan Tham Krasae)까지 1시간 반, 남똑(Nam Tok)까지 2시간 20분 정도 소요. 돌아오는 길에 오른쪽에 타면 아슬아슬한 철도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음. 남똑까지 왕복해도 좋고, 탐끄라쎄에서 내려서 동굴보고 기찻길 보다가 돌아와도 됨. 남똑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오전 5:20, 12:55, 15:30에 출발

 

<<1일 투어와의 가격비교>>

* 1일투어 : 1150B (약 35000원/1인 정도)

              (에라완 폭포 / 헬파이어패스 뮤지엄 / 크라쎄 철도 / 콰이리버브리지 등)

* 자유여행으로 갈 경우 3일 소요 + 에라완 왕복 버스 200B, 에라완 입장료 300B, 헬파이어 왕복 150B, 점심 간식 100B, 하루 더 숙박+a 600B + a, 그럼 간식비랑 식사비랑 술 값 200추가 = 1500B + a정도. 

  

<<장단점>>

일일투어 장점 :  하루 안에 많은 곳을 돌 수 있어서 일정이 하루 줄어들고 비용도 줄어든다 그만큼. 숙소 앞 픽업을 해준다. 

일일투어 단점 : 더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기 어렵다. 

 

고민고민하다가 결정 하지 못하고 잠.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에라완 포기. 사실 일정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움직이지 않았다. 뭐가 더 나은 선택인지, 여기 게하에서 하루 더 머물러야 할지, 어려웠다. 그러다 9시에 첵아웃하고 10:30에 있는 기차를 타기 전에 숙소를 옮기기로 하여 어렵사리(라기 보다 가방 때문에 무거워서 힘들게) 숙소를 잡고 길을 나섰는데, 그 시간 동안 마음이 자꾸 엎치락 뒤치락 하는 거다. 돈도 아껴야겠고 시간은 더 보내고 싶고 그럴려면 너무 일정이 길어지고... 머리 속에서는 어제 밤에 본 여행기들이 두서없이 떠다니며 내 갈 길을 방해했다. 

사실 도긴개긴이다. 그런데 자꾸 이 것도 결정 못하겠고 저것도 못하겠다 싶었다. 균의 오케이로 충동적으로 여행사 투어(1인당 1250B인데 두 사람 모두 100B 씩 할인해주심. 에라완국립공원->헬파이어패스 뮤지엄+헬파이어패스->탐끄라쎄에서 데스레일 잠시 탑승->콰이강의 다리->호텔 하차)  결정. 하... 결정 하고 나니 갑자기 막 내 욕구들이 분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각 코스에서 시간을 더 보내고 싶은가? 그렇다. 돈을 아끼고 싶은가? 그렇다. 돈 차이는? 이틀에 삼만원 정도? 하. 나 결국 이틀에 삼만원 아끼려고 여길 버린건가... 사실 에라완에서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아 나왜케 바보같지. 

 

오늘의 큰 교훈.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에 투자를 하자. 여행사를 통하는 것은 이러나 저러나 더 비싸거나 시간 절약이라는 것 이외에 자유여행보다 나을 것이 없다. 시간이 금인 사람이라면 여행사 투어 추천. 가성비 좋다. 

 

휴. 투어 결정을 하고 나서, 수영복을 사기 위해 큰 마트겸 종합 생활 쇼핑몰인 '로빈슨 라이프스타일 센터(Robinson lifestyle Center)'로 갔다. 꽤 외곽에 위치해 있어서, 길에 있는 썽태우를 흥정해서 타고 갔는데, 무서웠다. 뻥뚫린 썽태우를 타고 쌩쌩 달리는 데다가 손잡이도 낡아 힘을 조금만 주어도 곧 떨어질 것 같았다. 무튼 로빈슨 센터 1층에는 (상대적으로 로컬 식당에 비해) 비싼값 하는 유명 체인점 음식점들과 큰 식료품마트, 전자상가들이 즐비했고, 브랜드 가게들(의류, 가전 등)이 입점해 있었다. 아레나도 있었으나 비키니가 없어서 못샀다. 

균이 kfc 치킨을 원하면서 아닌 척 하며 내 의사를 자꾸 물어 난감했다. 마치 오늘 아침 균에게 짜증이 났던 나처럼 균이 나에게 짜증을 냈다. 뭘 할지 정해주면 좋겠는데 내가 '아무거나 ok' 의 태도로 일관하다 보니 답답하고 그랬을 거다. 아무튼  치킨 여러조각에 199밧 하는 세트를 사들고 우여곡절 끝에 경비가 불러준 오토바이(깐짜나부리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고객이 타고 온 택시를 잡아 타야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택시가 오질 않아 경비에게 부탁...오토바이택시를 불러줌)에 차례로 타고 앉아 집 까지 왔다(즉 성인 셋이 탑승했다는 말). 집에서 치맥을 즐기다 뻗어서 자버렸다. 

둘이기에 좋은 점도 많지만 제약이 되는 부분도 많다. 가령,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특히 상대방의 욕구와 맞지 않거나 상대방은 시큰둥할 때 가장 난감하다. 이론적으로라면 깔끔하게 양해를 구하고 따라줄 것을 요구하면 그만이다. 왜냐면 서로는 서로의 욕구 충족을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반가워하며 들어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실제로는 그게 잘 안된다. 왤까. 내가 이 여행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내가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건 아닐까 그래서 상대가 여행에 대한 흥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일까? 계약을 맺어야겠다.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말하고 가능하다면 그대로 가기로 말이다. 

 

셋 째 날. 

시간 참 잘 간다. 8시에 픽업하러 오기 때문에 서둘러 준비했다. 왜이렇게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든지 모르겠다. 물론 어제 낮잠을 길게 잔 탓에 늦은 시간에 잠들어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게으르고 빠르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스스로 조금 답답하면서도 여유롭고 또 조바심나고 그렇다. 

 

1) 에라완 국립공원

투어는 미니밴에 운전기사와 가이드, 우리 둘 포함 여행객 7명이 함께 움직였다. 에라완 국립공원까지 약 한시간 소요. 큰 버스에 비해 매우 빠르게 달려주니 좋았다. 9시 10분쯤 도착했고 12:00에 식사하고 12:30에 이동한다고 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에라완이라는 말은 인도어로 코끼리를 의미하고, 폭포수가 마치 코끼리의 모습을 연상케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요즘은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4-5년 전의 건기 수준으로 물이 적다고 했다. 지구 환경 변화의 영향이 여기 폭포수의 양에 미치고 있는 거다. 무튼 에라완에는 총 7개의 폭포가 있고 탑까지는 2km이기에 시간 내에 다녀오려면 약간 서둘러야 한다. 입구에서 1폭포까지는 대략 700미터 정도이다. 가이드는 2번 폭포까지만 동행했다. 다른 가이드는 탑까지 가서 사진 찍어 주던데.....

2번 폭포에서부터는 음식물 반입이 일체 금지이다. 음료의 경우 보증금(20B)을 내고 장부에 이름을 적고 물뚜껑에 번호를 받아서 올라간 다음, 내려올 때 물통과 뚜껑에 적힌 번호를 보여주면 돈을 돌려 받는 시스템이다. 가져온 음식물도 맡겨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공원 전체가 한국의 여느 산들과 달리 매우 깨끗하고 사탕봉지 하나 없다. 한국이었다면(그리고 네팔 히말라야도 마찬가지) 방문객들이 버린 크고 작은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기 마련인데 정말 깨끗하고 쾌적해서 엄지척 해주고 싶었다. 

5폭포 까지는 비교적 평이한 길이다. 물론 계단도 종종 있지만 그리 길지는 않다. 이후로는 약간 바위 돌을 지나가야 하고 6번에서 7번 길이 제일 험하다. 막 험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갔을 때에는 땅이 질어서 진흙 때문에 매우 미끄러웠고 바위를 좀 타야 한다. 

길이 평이하기도 했지만 트레킹 후 확실히 체력이 좋아진 느낌이다. 굿. 이대로 당장 네팔에서 우리가 다다르지 못한 틸리초 레이크 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균이 거기 가면 또 똑같을 거라며 핀잔을 주었다. 흥. 

올라갈 때에는 폭포에서 수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7번에 올라가니 서양 아줌마 아저씨들이 수영복입고 수영과 닥터피쉬를 즐기고 계셨다. 균도 한 이십분 첨벙첨벙 하고 서둘러 내려왔다. 내려오니 각 폭포에서 수영하고 다이빙 즐기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2, 4, 7 폭포가 가장 예뻤다. 2번은 천연 수영장으로 매우 넓은 데다가 음식물 반입 허용이 되기 때문에 나들이 오기 정~~ 말 좋은 곳이다. 4번은 바위 미끄럼틀 타기 좋고 7은 예쁘다. 

 

에라완 국립공원 팁. 

• 투어도 좋으나 하루 잡고 놀러 가는 것을 추천. 버스는 깐짜나부리 버스 터미널에서 8시부터 한시간 마다 한 대씩 있고, 돌아오는 막차는 5시이다. 투어리스트 폴리스가 잘 안내해 준다.

• 아침 일찍 가서 맨 위쪽의 7번 폭포에 몸을 잠시 담그고 2번으로 내려와 싸온 음식을 먹고 수영을 더 즐기는 것 추천. 

• 정글처럼 숲이 빽빽하고 많은 사람들이 젖은 신발을 신고 다녀 길이 미끄러우니 쪼리보다는 운동화 추천.

• 래쉬가드 보다는 수영복 위에 가벼운 셔츠와 바지 혹은 여자라면 원피스 입고 가는 걸 추천. 래쉬가드 입은 한국인 커플을 보았는데, 산에서 래쉬가드는 진짜 어색한 복장이다. 비키니가 부담스러우면 원피스 수영복이나 그냥 바지에 셔츠 입고 들어가도 무방.  

 

2) Death railway museum & Hellfire pass (죽음의 철도 박물관 & 헬파이어 패스-지옥불 고개)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태국에서 미얀마로 직선으로 넘어가는 물자 운송로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기차길 공사를 강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아시아(호주를 포함한) 지역 및 기타(유럽)의 전쟁포로자들이 죽어나갔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 지대에는 정글 천지였기에 이전에 이미 영국에서도 진행하려다 포기한 공사였는데, 일본은 진행하였다. 영국 측의 조사 결과 몇 년? 이 소요된다고 결론이 났으나 일본은 몇 개월 만에 철로를 완성한 것인데, 완성 후 얼마 사용도 못하고 패망. 

그렇게 만들어진 철도를 '죽음의 철도' 라고 부르게 되었고, '헬파이어 패스'는 그 철도 구간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단 시간 내에 죽어 나간, 악명 높은 곳의 이름이다. 포로들은 식량도 제대로 배급받지 못해 앙상한 뼈만 남은 몸뚱아리로 온갖 전염병과 싸워가며 밤 낮 가릴 것 없이 일을 해야 했는데, 이 구간에서는 밤에 붉은 장작불, 그에 비친 그림자 등이 마치 지옥을 연상시켰을 정도로 끔찍한 곳이었다고 하며, 'Hellfire' 고개란 이러한 의미를 가리킨다.

우리가 첫 날 갔던 박물관 말고 헬파이어패스 인근에 있는 데스레일웨이 뮤지엄에 들렸다가, 지금은 철로가 없어졌지만 공사 당시 가장 악명높은 구간이었던 헬파이어패스에 다녀왔다. 뮤지엄은 무료이고 심지어 무료 영어 가이드 오디오도 대여가 가능하다(ㅡ확시한 건지 헷갈림). 자료는 썩 많지 않지만 충분히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고, 당시 영상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뮤지엄에 주어진 30분 내로 모든 것을 다 보아야 하는 게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뮤지엄에서 길을 따라 이어지는 헬파이어패스 구간 까지만 잠시 걸어다녀올 뿐이어서 정말 너무 아쉬웠다. 

헬파이어패스 구간을 가면 길 양 옆으로 당시 망치의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바위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선명한 대못자국. 맨 손으로 대 못을 잡고 망치로 바위를 깨어 나갔을 것이다. 바위가 아니지, 커다란 동산 하나를… 바위에 손을 대고 걸어 보았다. 6,70년 전 그 곳에서 반쯤 죽어간 그리고 실제 죽어난 사람들의 기운이 아픔이 전해지는 낌이 들었다. 인간의 헛된 욕망이 빚어낸 가슴 아픈 역사 중 하나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 열악하고 고된 지옥과 같은 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가족 사진을 보며 견뎌낸 사람들이 있다는 것. 꽃과 풀 그림을 그리고 초상화를 그리고.

3) 죽음의 철도 - 완행철도 탑승 

기차는 방콕의 '톤부리' 라는 곳에서 깐짜나부리를 지나 종착역인 '남똑Nam Tok' 역까지 이어진다. 전쟁 당시에 만들어졌던 죽음의 철도의 실제 완행 구간은 깐짜나부리부터 남똑까지 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기차는 하루에 3편 운행이 되기 때문에, 시간을 잘 확인해야 한다. (톤부리에서 깐짜나부리로 오가는 기차는 두 편 밖에 없다!)

우리는 '탐 끄라쎄 Sapan Tham Krasae' 역에서 돌아오는 기차를 타고서 'Hwae Yai'역에서 내려 투어밴을 타고 깐짜나부리로 갔다.  

탐 크라쎄 역에서 기차가 오기 전 레일 위를 걸어보았다. 깎아지르는 절벽을 따라 강 위에 보조 기둥을 세워 만들어진 이 구간은 기차가 매우 천천히 지나가는 구간으로, 사람들이 죄다 오른쪽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아래의 기찻길을 본다. 기차는 자칫 잘 못하다가는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레일위를 지나간다. 바로 옆은 강. 그 어떤 펜스도 없다.  

사실 뮤지엄와 헬파이어패스를 보면서 가슴 아파 하다가 기차를 타고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었다(기차의 오른쪽에 앉지 못하고 제대로 구경도 못해서 찡찡거린 건 비밀). 육십여년 전 사람들이 무수히 죽어나갔던 그 곳이 지금의 사람들에게는 관광과 즐거움의 공간이 되었다. 

 

데스레일웨이뮤지엄 & 헬파이어 패스 팁

• 나는 비록 투어를 이용하여 다녀왔지만, 직접 가려고 한다면, 깐짜나부리 터미널에서 데스레일뮤지엄으로 가는 로컬 버스를 타고 청까우캇에서 내리면 된다. 

• 뮤지엄은 크지 않고 실제 유물 보다는 글 설명이 더 많다. 다만 정치나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면 잘 모를 수 있을 법한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동아시아의 상황에 대해서 감을 잡기에 정말 좋다. 그리고 나서 헬파이어패스를 거쳐 조금 더 걸어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험한 지형과 악조건의 기후 속에서 맨 손으로 맨 몸으로 산을 깎고 길을 다지고 레일을 놓으며 죽어나가야만 했던 사람들의 넋을 기리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을 하고 싶은 곳. 

• 여행사를 통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헬파이어패스를 오전에 후딱 다녀온 후 시간 맞춰 남똑으로 이동해 데스레일을 탈 생각이었다. 헬파이어패스에서 로컬버스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는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 깐짜나부리 기차 시간표 

4) 콰이강의 다리

우리는 가이드에게 콰이강의 다리에서 내려달라고 해서 일몰을 보기 위해 해가 질 때까지 다리 위를 어슬렁거렸다. 기차 역 주변에는 광장이어서 간식을 사먹을 수 있다. 마지막 기차가 지나갈 때 승객과 기관사 아저씨와 하이파이브도 하였고 기찻길 사진도 많이 찍었다. 일일투어는 결국 만족스러웠지만, 아쉬움이 많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