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독립영화관을 통해서 보았다. 심은경이 나오는 독립영화라, 믿고 보게 되었다.
이동 수단만 타면 오바이트를 하는, 강화도에 사는 여고생, 심지어 학교도 왕복 네 시간, 걸어다닌다.
아무런 꿈도 의욕도 없는 나날을 보내다가, 청소년의 꿈과 희망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가진 담임선생의 손에 이끌려 육상부에 들어가고, 어쩌다 경보선수가 된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의욕과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선배의 질타와 다른 부원들과의 갈등을 겪는다.
영화를 본 지 오래되어서 구체적 에피소드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자연스럽게 경보를 잘 하겠다,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의욕이 불타 오르게 된다. 서울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없으니 걸어간다. 길거리에서 꼬박 밤을 지새고 경기에 출전한다. 호기롭게 1등으로 치고 나섰지만, 컨디션이 좋을리 없다. 골인 지점을 앞두고 쓰러지고 마는데, 여태껏 애를 써 왔던 그 모든 노력들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너털웃음? 을 지으며 깔끔하게 경기를 포기한다.
뭐랄까, 약간의 카타르시스? 라고 할까.
무언가를 꼭 해야만 한다, 무언가를 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물론 나 역시나. 그리고는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얻지 못하게 되면 괴로워하고 좌절한다. 목표에 이르지 못하면 고통스러운 것이다. 빈둥대고 비는 시간을 가지면 견딜 수 없는 거다.
그런데 꼭 그렇게 살아야 하나? 의욕이 좀 없을 수도 있고, 하고 싶은 것 없이 좀 빈둥댈 수도 있는 법이다. 순간 마음이 동해 무언가를 향해 돌진하지만 얻지 못해도 상관 없는 것이다. 돌진하는 그 동안 행복했고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만복이처럼, 말이다
잔잔하게, 소소하게, 흐뭇한 미소로, 볼 수 있었던 영화. 이런 류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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