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야공주 이야기 (2014)
The Tale of Princess Kaguya
- 감독
- 다카하타 이사오
- 출연
- 아사쿠라 아키, 코라 켄고, 치이 타케오, 미야모토 노부코, 타카하타 아츠코
- 정보
- 애니메이션, 드라마, 판타지 | 일본 | 137 분 | 2014-06-04
집에서 엄마랑 모처럼만에 함께 보았다. 지브리 건축전을 가고 싶은 마음에, 추전때가지 지브리 애니 섭렵해야겠다는 일념하에 시작된 첫 애니.
영화에서 조금 벗어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최근 영화를 보면서 스토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역동, 심리적 측면을 분석하고 앉아 있다. 직업병이 제대로 고착된 것 같다.
무튼, 가구야 공주.
평화로운 공주의 삶은, 아버지의 확고한 신념('능력있고 돈 많은 고위층의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여자 인생의 최고의 행복이자 목표' 라는...그 신념. 결국 공주를 불행하게 만들고 생이별을 하게 되는 씨앗)하에 수도로 이사가게 되면서 확 달라진다.
시골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던 촌뜨기 아이를 고급진 아가씨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딱딱하고 불편한 격식과 예의가 공주에게 강요된다. 자신의 겉모습과 명성만을 듣고 구애하는 수많은 남정네들 사이에서의 고독감, 불행감이 점점 커져가고, 자유롭고 순수하고 즐거웠던 대나무 숲에서의 삶을 그리워하면서 마음의 병이 생기기 시작한다.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행복과 정 반대로 흘러가는 삶.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 울분을 발하시키며 대나무숲으로 찾아가지만, 많이도 변해버린 그 곳에서 예전의 그 아름다웠던 삶을 되찾을 수 없다는 절망스러운 사실을 깨닫는다. 텅빈 가슴,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살아갈 가치나 의미가 사라지는 순간이었을 거다.
좋아했던 남정네와 우연히, 운명같이 만나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 던지고 하늘을 날아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꿈과 같은 그 장면은 결국 일장춘몽이었고, --공주의 진정한 바램이었겠지-- , 공주는 자신이 보내졌던 달의 세계로, 이 고통스러운 인간의 삶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운 채 떠나가게 된다.
이해는 하지만, 미안하지만,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사로잡혀서는 이것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아버지가 불행의 원인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아빠와의 바램과는 달리 점점 불행해져만 가는 자신을 자책하면서 힘들어하는 공주의 마음 이면에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분명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행복한 기억, 부모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운 채 달로 돌아가겠다는 결단으로 나타났을 거다.
너무 씁쓸했고 마음이 아팠다. 이기적이고 편협하며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화도 났다. 아름다고 예쁜 그림체와 연출에 반해 불행한 이야기를 풀어낸 가구야 공주이야기. 마음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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