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간/영화, 드라마

[영화] 사도,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아버지와, 그에게서 고통받는 아들.

담연. 2015. 9. 18. 12:04

 


사도 (2015)

The Throne 
7.8
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전혜진, 김해숙
정보
시대극 | 한국 | 125 분 | 2015-09-16

 

 

영화가 끝나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맥주를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사와 심리학을 좋아하는 친구와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영화에 대한 나의 결론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이기적인) 아버지와 자유롭고 개성강한 아들 간의 갈등]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내원하는 분들께 소개시켜 주고 싶을 만큼,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와 심리묘사는 시대를 초월고 있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환경에서 최고의 권력을 붙든 아빠, 아들이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고 순응하며 따라오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공부보다 예술과 무술을 좋아하는 모습에 매우 실망. 나중엔 그러한 아들이 자기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열등감 폭발, 히스테리 작렬로 개무시+개견제. 이 역시 인간의 이기심과 공감능력 부족에서 생겨난 갈등이지 싶다.

 

에휴 몰라.

 

 

심리니 역사니 하는 것들을 떠나 영화 자체로만 보자면,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알고 있는 공식적인 사도세자의 이야기에 얽혀 있는 인물들의 갈등구조, 심리상태, 욕망을 너무도 촘촘하고 꼼꼼하게 잘 드러내었다는 생각이 확 든다. 이런 영화 정말 좋다.

 

시간을 오가는 연출법도 좋았다. 첫 장면에서의 사도모습을 볼 때, '어라, 왜 이야기의 결론과 핵심을 다 보여주지? 대체 어떻게 전개해나가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가, 마지막에 같은 장면이 더 자세하게 나왔을 때 '아......' 하며 사도의 마음이 더욱더 이해가 되었고, 두배로 마음이 아파왔다.

 

송강호와 유아인, 소지섭의 연기와 눈빛, 완벽했다. 마지막 문근영의 할머니 분장은 좀 너무 충격적이었고, '아니, 문근영이 할머니라니' 라는 반감과 이질감이 들었다. 그래도 연기 잘해서 좋았어요 근영짱.

 

 

 

친구들에게, 특히 같은 일 하는 친구들에게 추천 많이 해주고 싶은 영화였다. 스무살 내 동생은 갈등이 이해는 되지만 공감이 안된다며, 왜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던데.. 난 그게 더 이해가 안되더라. 개인이 환경 내에서 어쩔 수 없이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는 그 상황이 가슴 아팠던 건데 말이다. 그런데 더 가슴아픈 건, 결국 개인이 그렇게 선택하여 흘러갔다는 점. 에이 몰라 술 가져와 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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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자면,

자수성가형 혹은 완벽주의, 성과, 자신의 뜻을 따르기를 강요하는 강압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 높은 기준에 맞추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지만,

아무리 해도 부모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아무리 잘 해도 돌아오는 것은 비난 밖에 없다는 좌절감, 패배감,

그리고 얼마나 더 잘 해야 하는건가 하는 무력감도 든다.

결국 나중엔 폭발해서 삐뚤어질 수도 있고..

아무리 잘해도 스스로에게 만족하기 힘들어지고..

뭐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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