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간/영화, 드라마

[영화] 우리들

담연. 2017. 2. 18. 00:04

* 순진무구하게 "연우도 때리고 나도 때리고 그럼 또 때리고 때리고 하면 언제 놀아?" 라며 반문하는 동생의 그 대사가 클라이막스에 다다른 이야기에 짜자잔 하고 나타난 해결사처럼 느껴졌다. 

* 심지어 봉숭아 물도, 하늘색 메니큐어도 모두 사라져버린 손톱은 선이의 내적 갈등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너무도 정직하게 보여주었다.

* 누구에게나 있는 컴플렉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상처와 결핍. 그것에 대응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르다. 누군가는(지아는) 타인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자신을 과장하고 누군가는(보람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을 깎아 내리고 누군가는(선이는) 소극적인 자세로 묵묵히 포지션을 지킨다. 

* 갈등이 생겼을 때 의도하지 않게 상대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감정이 극에 다다르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수를 내리 꽂는다.

* 동생의 그 한마디는 결핍과 컴플렉스에 가려진 관계의 본질을 정확히 찔러 주는, 최후의 한 방. 속이 시원하고 후련해졌다. 실제 나는 그 동생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영화 내에서는 인생의 진리를 정말 순진무구한 태도로 아무런 사심이 없는 태도로 아무 것도 재어보지 않는 태도로 무심하게 던지며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그 말에, 박장대소를 하였다.

* 선이의 따뜻한 시선. 김밥 장사로 힘들게 돈을 버는 어머니의 힘겨움을 잘 알고 동생을 돌보며 착한 딸의 역할을 해내고, 자신을 왕따 시키는 아이의 아픈 마음에도 공감할 줄 아는 그 따뜻한 시선. 그것이 지아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선이에 비해 모가 나 있는 지아는 질투와 시기 그리고 울분이 두드러지는 캐릭터. 그 배경에는 비록 가정이 가난하고 부가 술을 자주 찾지만 가정의 형태가 유지되어 있고 모와의 유대관계가 있다는 점. 

* 한 편의 깔끔한 성장드라마. 그러면서도 무릎을 치게 만드는. 

* 진부하게 전개될 줄 알았는데 영화는 내 기대 이상으로 군더더기없이 깔끔하면서도 정확히 계산된 방식으로 전개되어 정말 잘 만들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특히 정말 어른들이 보기에 심리를 잘 파악하기 어려운(왜냐하면, 다 알고 다 컸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한없이 어린 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그런) 4학년 11살의 어린이의 시선에서 느낄 수 있을 법한 인간관계의 소소한 갈등(이면서 평생 경험할 수 있는 갈등)과 그 갈등 속에서 경험하는 감정들을 정말 세심하고 예리하게 잘 잡아 내었다는 생각. 

*오랜만에, 좋은 영화 한 편 기분 좋게 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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