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52

놓아버림의 고통

고통스러우면 그건 놓아버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많은 것을 놓아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 많은 것들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눌러 앉아 있다. 부끄럽지만 근래에 새롭게 드는 미성숙하고 원시적인 사고를 늘어놓자면, 1. 2년간 지켜왔던 이 자리를 다른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것이 싫다. 내 것이라는 우스운 소유욕이 고개를 쳐든다.2. 새로운 사람에 대한 좋은 평가에 질투가 난다. 그럼 난? 나는 어떘어? .. 난 잘 못했다고 생각하지? 안그래?3. 나에게 오는 칭찬과 달콤한 말들에 대한 의심이 든다. 정말? 빈말이라도 고맙지만 그건 빈말이잖아4. 굉장히 미묘한 느낌인데, 내가 내 발로 나가는 거지만, 사실은 그들이 날 좋게 생각하지 않기에 내가 나가기를 은근히 바랄 것이라는 망상이 들기도 한다. 좋지 않..

떠남 2016.07.05

환경과 여행..

어릴 적부터 나는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막연하게나마 환경운동가? 가 되고 싶기도 했다. 분리수거,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법, 물과 전기를 아끼고, 오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일상 생활에서 나름대로 조심하려고 애를 쓰고, 산에 가서도 쓰레기를 꽤 줍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하기에 확실히 한계가 있고, 의미를 잘 모르겠기도 하고, '이 정돈데 뭘...' 하는 마음에 소홀해지기도 한다. 가령, 샴푸나 바디워시 제품, 비누 등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는 제품들을 죄의식 없이 쓰거나,간혹 작은 종이나 비닐을 분리수거 하지 않고 일반쓰레기에 버리거나,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쳐다보고도 그냥 지나쳐 가는 등 말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쓰레기를 줍고, 그 ..

떠남 2016.05.18

커밍아우우우웃

장기 여행을 가겠노라고, 커밍아웃을 하는 대상이 늘어나고 있다.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나만큼이나 정해진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안한 사람이 주위에 꽤 있다는 것과,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그 불안 때문에 현실에서 도무지 벗어나지 못한 채 꾸역꾸역 살아간다는 점이었다. 갑갑하고 답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누구나 가지고 살아가지만 생계를 위해서 혹은 개인적인 불안감에 의해서 등 다양한 이유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데, 나는 간다. 커밍아웃을 하면,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 장기여행에 대한 상대방이 가진 이상과 바램 혹은 어떠한 감정들이 다양한 형태로 나에게 쏟아져 들어온다. 마치 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인 마냥, 그들이 하지 못..

떠남 2016.05.15

떠나려는 에너지에 대한 단상

오랜만에. 오후 늦게 마셨던 커피 탓인지, 저녁 늦게 감질나게 마셨던 와인 탓인지, 미뤄두었던 보고서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짧고 얕으막한 생각들이 뚝뚝 끊어지듯 이어지기를 두어시간. 불현듯 터널시야처럼 좁았던 나의 시각이 최근 한 3년의 범위로 넓어지면서 에너지의 흐름이 그래프처럼 그려졌다. 수련이 끝나고, 나는 고갈된 에너지를 생성하고 발산시킬 수 있을 무언가의 사건이 필요했던 것 같다.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계획하며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자유의 시간, 새로운 것을 더욱더 배울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 내게 주어졌었지만,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우왕좌왕 했다. 수련이 끝나면 이런 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원래의 나라면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 실행해 나갔었..

떠남 2016.05.09

나를 위한 변명과 응원

일평생 어떠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지내왔고, 그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부합하기 위해 애를 쓰며 살아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믿고 있던 가치관, 내게 요구되어지는 사회의 가치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고,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워졌다. 모든 것을 믿지 못하는 순간이 내게 찾아왔다. 내가 믿고 있는 것들이 과연 최선인가, 진정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사회와 시간에 등떠밀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며 사는 것은 아닌가, 일평생 이러한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가, 내가 배우고 느꼈던 방식으로 사람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나와 관점이 다르지만 훨씬 인간적이고 따스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데 난 왜 그것들을 잘 보지 못하는가, 행복은 멀리..

떠남 2016.04.20

장기여행을 결정한 뒤 내게 생긴 소소한 변화들

생존을 위한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지속하고 있다.건강관리를 하게 된다. 미뤄두었던 병원 진료를ㅠㅠ..생활이 단순해져 간다. 예를 들면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게 된다. 느슨했던 하루하루를 좀 더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하게 된다.내가 가진 것에 대해 돌아보게 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갈지,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며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한다.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곳과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에 마음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as usual, but it's some what different.

떠남 2016.03.25

떠나려는 이유

그 동안 내 머릿 속에서, 내 입에서, 써내려간 글에서, 떠나는 이유에 대해 굉장히 많은 항변을 늘어 놓았다. 얼마전 오랜 친구는 나의 허세가득한 설명을 듣고서 마치 감탄사처럼 "고리타분하다!!" 라고 외쳤다. 그녀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사랑, 충만함, 새로움, 만남 등으로 가득찬 몽환적이고(내 기준에서) 아름다운 경험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새로운 현실에 나를 밀어 넣고 내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는 것, 새로운 도전거리에 대한 견딤, 현실로부터의 도피, 또 다른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는 것, 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쓰다보니 또 항변을 늘어 놓고 있다. 집중하자. 내 마음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세상을 향한 나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늘 일상에 좇기고 뭔가를 더 해야만 하고 잘 해야..

떠남 2016.03.24

진로에 대한 고민

솔직하게 마음을 풀어내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뚜렷하지 않은 생각들과 구름처럼 떠다니는 것 같은 묘한 감정들이 마음을 어지럽힐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괜시리 저녁에 마신 커피를 탓하며 잠에 쉬이 들지 못하고 시간을 죽이게 된다. 조금 마음을 진정시키고 내가 보낸 저녁 시간을 돌아다 본다. 무슨 이야기를 했었던가, 주변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그러다 보면 결국 내가 가진 어떠한 '불안' 에 머무르게 된다. 그리고 요즘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떠올리게 된다. 알랭드 보통의 불안의 초반 부를 읽고 있다. 지위, status에 대한 불안부터 글을 풀어낸 그의 통찰력이 놀라웠다. 그래, 그의 말대로 계급사회였다면 자신의 지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불만족감은 현대인이 경험하는 것만큼 크지 않았을 게다. 오히..

떠남 2016.03.01

일탈을 망설이는 이라면 누구나

saramm 2016.01.06 15:24일탈, 특히 잘 굴러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뜬금없이 장기적인 여행을 떠나려고 마음을 먹은(혹은 마음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실적인 고민은 불가피할 것이다. 나와 J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의 불안감과 걱정거리는 J보다 강도가 세었다. 몇 날 며칠을 갈팡질팡,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하였다. 그러다 결국 J에게 '도라이가' 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말 다했다. 현실적으로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다. 가장 큰 것은 경비와 직장.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경비가 마련이 되고, 여행 후에는 0 에서 시작해야 한다'. '내가 떠난 사이 원하는(혹은 더 나은 조건의) 자리가 나왔을 때 갈 수 없다'. '그 동안 일적으로 쌓아온 내공을 잃을 수 있다'. 심지어 더욱더 큰 불안..

떠남 201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