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떠나려는 에너지에 대한 단상

담연. 2016. 5. 9. 09:38

오랜만에.


오후 늦게 마셨던 커피 탓인지, 저녁 늦게 감질나게 마셨던 와인 탓인지, 미뤄두었던 보고서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짧고 얕으막한 생각들이 뚝뚝 끊어지듯 이어지기를 두어시간. 불현듯 터널시야처럼 좁았던 나의 시각이 최근 한 3년의 범위로 넓어지면서 에너지의 흐름이 그래프처럼 그려졌다.


수련이 끝나고, 나는 고갈된 에너지를 생성하고 발산시킬 수 있을 무언가의 사건이 필요했던 것 같다.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계획하며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자유의 시간, 

새로운 것을 더욱더 배울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 내게 주어졌었지만,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우왕좌왕 했다. 

수련이 끝나면 이런 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원래의 나라면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 실행해 나갔었겠지만.. 

에너지가 고갈되어 있던 내게는 아무런 길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상태에서... 나는 내 생활을 뒤엎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어떠한 선택을 했었고, 

1년이 채 되지 못해 그 결정을 철회해야만 했다. 

모두에게 잘못된 결정이었다. 

나의 심리적 한계를 애써 외면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 후 또 다시 groggy 상태에 빠졌다. 


미친 듯 산을 탔다. 그래 봤자 실제 횟수는 얼마 안되지만.
산이 나를 구원해줄 것 같았다. 오로지 내 신체 감각에 집중한 채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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