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간/생각의 구름

메타버스에 대한 단상 220320

담연. 2023. 2. 10. 20:59

1.

이 지구에 인간이 존재해 온지 오래 되었다. 각 시대별 인간들의 삶의 겉모습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르지만, 그 이면에 인간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돌을 쪼개어 도구를 만들고 수렵채집사냥을 하던 시기나 어디서든 통신 연결이 된 휴대폰만 있으면 쇼핑과 대인관계가 가능한 지금이나 인간은 생존본능, 욕구와 추동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아닌가. 뇌가 여러 측면에서 진화해 왔지만, 깊은 수준의 뇌(흔히 파충류의 뇌)의 작동은 변함없다고 본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문명을 가져온다고 돈을 창출해 내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온갖 유튜버들이나 기업들이 떠들어 대지만, 그 새로운 문명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저 인간, 하나의 사람일 뿐이다.

2.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 대해 기대가 되고 설레는 부분도 있고, 기대가 되지 않는 면도 있다. 늘 그렇듯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알게모르게 잘 적응하며 살아간다. 물론 아직도 ATM기를 사용하지 않고 은행 창구만 사용하는 어르신들, 휴대폰의 문자는 쓰지 않고 통화만 사용하는 어르신들, 새벽배송이나 다양한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고 아날로그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등이 있는 것처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과 적용에는 편차가 있기 마련이지만.

3.

교육, 훈련,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활용이 무척 기대된다. 심리, 재활, 기술훈련 등등의 측면에서 가상세계를 활용한 프로그램들은 정말 무궁무진하게 개발/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 불안장애 환자들에 대한 노출치료, 심상화, 마음챙김 훈련 등의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 이미 연구가 끝나고 제품이 개발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 상용화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젠가 '디지털 치료' 가 심리치료의 한 파트, 한 과목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

4.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다 그렇듯, 사람과 사람 사이 연결의 기회를 더 제한하는 면에서는 우려가 크다. 어린 시절, 모친은 기술이 발전해나가는 것이 무섭다고 했었다. 내게 그 말은 꽤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간혹 인간의 장기를 기기가 대신하고, 동물 복제 기술이 개발되고, 인간과 흡사한 사고력을 지닌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등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어린 시절 모친의 두려움이 내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5.

몇년 전, 네팔에서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에 간 적이 있다. 몇 년 전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휴대폰으로 모든 교통수단 예약이 가능했고, 예약된 자리에 앉기까지 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네팔의 커다란 창고 같은 터미널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네팔리들은 나를 겹겹이로 둘러쌌고, 내게 언제 어디로 가는지 몇 명인지를 물었다. 나는 당황스러워 뭐라뭐라 말을 했는데, 인파들 머리 위로 건너건너 내게 버스 티켓이 전해졌고, 내가 건넨 돈이 손과 손을 타고 어디론가 갔고, 누군가 내게 따라오라고 하였고, 시장인지 도로인지 주차장인지 알 수 없는 길바닥을 십여분 따라 걸어가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이는 내게 굉장히 큰 충격적인 경험이었는데, 당시에는 말 그대로 정신이 없어 충격의 이유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난 후 나는 그 장면 속에서 사람 냄새를 느꼈다. 말 그대로 사람 냄새.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대면접촉의 기회가 더더욱 줄어들었고, 코로나가 사라진다 하여도 코로나로 인해 생활 곳곳에 자리잡은 비대면 문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세계는 우리로 하여금 '사람 냄새'를 맡을 기회를 더더욱 제한할 것 같아 반갑지가 않다.

6.

인셉션, 불교의 공(空) 개념, 양자역학에서 설명하는 상호의존적인 실체없는 원자 개념 등이 떠오른다. 아직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한데, 메타버스라는 것이 현실에 기반한 '가상' 이라는 것이다 보니 연결되는 것 같다. 지금 내가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실존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재가 아닐 수 있는데, 메타버스 역시 '가상' 의 개념이다 보니.. 누구에게는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금광과도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이겠지만, 내게는 꽤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7.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로 미니홈피를 꾸미고 배경음악을 깔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고 기술 교육을 받거나, 실시간 예약/주문 어플을 사용하는 등과 맥락이 같다고 본다면, 메타버스는 일반인들에게는 '아직은' 그냥 새롭지만 익숙하기도 하고 썩 낯설지 않은 무언가일 뿐이라는 느낌적인 느낌.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단어이다. 책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에서는 '아바타가 살아가는 디지털 지구'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나'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가상세계에서 여러 활동을 하는 거라고 보면 될까? 책을 읽고 제페토(zepeto), 로블록스(roblox), 코그니토(kognito company), 위버스(weverse) 등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들을 체험해 보았다. 여태까지는 사람들이 특정 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았더라면 메타버스는 '누구나' 정보와 서비스(컨텐츠) 제공이 가능하고 쌍방으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싸이월드 도토리가 계속 생각이 나면서 뭐가 새롭다는 건가? 결국 '돈'이 관건이 아닌가? 싶은 느낌도 들었다. 내가 아직 메타버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걸지도. ㅎㅎㅎ

+

메타버스에 참여해서,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면, 그게 곧 재화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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