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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연(湛然), 평온하다, 맑다, 완전히 비추다.
나는 작년 5월부터 한 달에 한 두 차례 내담자 경험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 상담 후 생각이 멍해지고 이게 뭐지? 라는 의문이 자꾸 들었다. 며칠 동안 상담에 대해 의식적으로 떠올려 보았으나 뭔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가려진, 벽에 부딪힌 듯한 느낌이 드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기록을 남긴다. --- 1.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2. '혼자 (작업) 할 거면 상담실 왜 오나' 하는 일갈 일갈 타격감이 어떠하였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나는 생각과 감정이 복잡했고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는 진공상태에 있었다고 말했다. 상담 중 '혼자 할 거면 왜 오나' 하는 말을 들은 후 나는 선생님께 '이게 저항인가요?' 라고 물었고 선생님은 수긍하셨던 것 같다. 다음 스케쥴을 잡지 않고 나왔다. 내가 가고자 ..
그리고 버티기 그리고 살아남기 그렇게 성장과 성숙으로 나아가는 여정
임상심리학자 원로(?)이신 오상우 교수님이 추천하신 도서이다. 절판된 책이었는데, 다행히 중고로 구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신경정신건강의학과 1세대 원로이신 노동두 선생님의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 저서이다. 노동두 선생님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10대 후반에는 경기중 진학 후 노동 착취도 당하시고, 20대 때 법대에 진학 했다가 의대로 진학하는 과정에서 광복과 6.25 사변도 경험하시고, 전쟁 통에 무사히 살아남은 후 미국에 유학을 떠나셨다. 국내에 오셔서는 정신과에 개방병동과 소아정신의학을 처음 도입하셨다.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활동에 힘을 쓰셨는데 인상깊었던 것은 정신과적 질병에 가장 큰 원인으로 가족요인, 가족간의 대화를 강조하시고 80년대에는 가족치료학회를 창설하기도..
2021. 10. 4. 7:08 깊은 연못. 편안하다. 맑다. 안온하다. 욕심 없이 편안하게 비추길.
친구 추천 + 전 병원에 대한 (약간의) 불만으로 병원 옮기기를 결정했다(불만은.. 원장님 설명 부족, 지나친 웃음, 병원 분위기, 위치 하하..) 마침 이틀 전 밤 생리가 시작되어 어제 진료 예약을 잡고 오늘 아침 9시 예약 방문 했다. 참, 방문 전 원래 병원에 가서 의무기록, 영상CD 복사 해서 이동했다. 접수 후 상담실에서 예진하고, 임신테스트 하고, 진료를 봤다. 떼온 결과지를 보시면서, 이것 저것 물어 보셔서 대답했다. 궁극적으로 난소나이와 나의 연령이 높기 때문에 시험관 시술을 추천하셨다. 자연임신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 가는 것, 인공수정은 자전거 타고 가는 것, 시험관은 ktx.... 내일 남편 (아저씨라 칭하심) 검사 하고 난임 진단서 써주겠다, 시술 방법 결정해서 오라, 홈페이지 내..
10/25 화 ㅅㅎ병원 오전 8시 지난 번 피검사 등의 검사 설명을 들었다. 진료 내용은 다음과 같다. 풍진항체 유 - 기형아 가능성은 낮음 C형 간염 항체 유 A, B형 간염 항체 무 간, 신장 기능 좋음 콜레스테롤 조금 높음 염증 있음 - 생리 후 치료 시작 난소 나이 41세 (속으로 너무 놀람) 남편 검사 후 치료 방향 결정 가능 항산화 위해 큐텐자임 복용 권유 병원 진료비 25,170원, 약국 큐텐자임 코큐플러스 구입 48,000원 총 73,170원 먹어야 하는 영양제가 늘어났다. 병원은 믿음이 갔지만, 집과 사무실을 오가기에 동선이 조금 애매해서 친구 추천으로 사무실 근처 병원으로 옮기는 게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든 날이다.
22년 10월 19일 ㅅㅎ병원, 오전 8시 예약. 가는 길에 복잡한 생각하지 않고 그냥 갔다. 초행이라 건물 찾느라 조금 신경을 썼다. 커다란 건물이 통째로 병원이었다. 오.. 싶었음. 우선, 1층에서 접수신청서를 작성하고, 혈압을 측정했다. 139-89 였던가, 좀 높아서 쉬었다가 다시 재었다. 이후 예진실에서 난임 검사 종류와 검사 시기, 엽산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건강 관련 기본 문진을 받고, 진료과를 선택했다. n과를 선택하니, 아주 유명하시고 잘 보신다고 칭찬을 하시네. 어떤 과를 선택했더라도 하셨겠지? 싶었다. n과 대기 후 진료. 의사선생님께서는 나를 마치 여러 번 본 환자인마냥 매우 반가워하시면서 아이구 하하하 하셨다. 같이 웃어드렸지만 머쓱한 기분. 자궁 초음파를 보고, 자궁은 깨끗하..
6년 전 피아니스트 조성진 님이 쇼팽 콩쿨에서 우승을 한 직후 국내 순회(?) 공연을 했었다. 당시 콘서트 티켓 예매에 성공했지만, 어처구니 없는 내 실수로 예매취소가 됐었다. 그 때 한 일 주일 가량을 정말 우울하게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나는 여행을 떠났고, 돌아온 후에는 삶에 적응하느라 지역을 이동하며 다니느라 정신 없었고, 조성진 님도 해외 공연이 잦았다 보니 그와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내가 사는 지역에서 리싸이틀(독주회)이 열린다는 걸 뒤늦게서야 알게 되어 저어기 2층 구석자리를 겨우 예매해 공연에 다녀왔다. 조성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무언가가 있는데, 직관을 하다니. 그가 앉아 두드릴 피아노, 의자, 무대, 공기를 마주하자 심장이 뛰었다. 시간이 되자 문이 열..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하려고 망설이는 사이, 다시 공상 속에서 대화 후 다소 해결된 것들이 생김. IPR문제a. 그들의 신념, 철학, 열정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은 수치심에 쪼그라든 내 모습. IPR문제b.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무조건 해왔던 습관. hus문제. 사랑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 전화를 걸고 가긴 가야겠다.
마음이 너무 헛헛하고 어디다가 마음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마음. 문제 덩어리들이 산재해 있는데 뭐부터 다루어야 할지 모르겠는 느낌. 옆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 단절. 불만. 원망. 억울함. 비난. 정치적 신념. 삶에 대한 신념. 원칙. 치료자로서의 자세. 태도. IPR에서의 거리두기. 어색함. 고립을 자처하는 것. 의존심과 의존하지 않으려는 줄당기기. 거기 가서 말하면 뭐가 좋은데요? 결국 혼자 해내야 하는거 아닌가요? 자심반조가 막히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의 검은 것들이 주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은 죄책감. 닦아내고 비워내고 닦고 닦고 또 닦고 견디는 수 밖에 없는가. 자심반조 하다보면 침잠하고 무거워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마음의 조각들이 따로따로 떠다니는 느낌. 통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