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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연(湛然), 평온하다, 맑다, 완전히 비추다.
월경이 시작되었다. 주저 없이 난임 병원에 전화를 하고, 다음 날 진료 예약을 잡았다. 내 마지막 진료는 3개월 전이다. 그 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시험관 시술을 하겠다고 했고, 난임진단서를 받았고, 다음 진료 때는 보건소에서 시술비 지원 통지서를 받고 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순간적으로 엄습해온 공포심으로 3개월 간 병원에 가지 않았다. 무서웠다. 생명을 인공적으로, 인위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스른 채 과학이라는 미명 하에 몸과 마음에 스크래치를 내면서 내 욕심으로 새 생명을 만들어 내는 것 같은 죄책감이 두려웠다. 남편과 나 모두 큰 문제가 없다고 하니 시간을 더 가져보고 싶기도 했다. 만약 자연스럽게 임신이 되었다면 자연의 섭리에 따라~ ..
알고 있는 개념인 것 같아도 말로 설명하려 하거나 마음 속에 정확한 의미를 떠올려 보면 버벅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정리해두고자 합니다. 사성제 - 고, 집, 멸, 도 사성제란 불교 교리의 핵심으로,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지 얼마 안 되어 행한 최초의 설법 내용입니다. 사성제의 첫째는 '고성제' 입니다. 생, 노, 병, 사, 싫어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 등을 포함하여 존재한다는 것은 괴로움(dukkha) 이라는 의미입니다. 둘째는 '집성제' 입니다. 괴로움에는 원인(samudaya)이 있다는 의미로, 즐거움을 탐하고 추구하는 갈애, 살아남으려고 하는 갈애, 삶에서 떠나고자 하는 갈애 등이 바로 그 원인이라고 합니다. 셋째는 '멸성..
p52 노 대통령 주위에는 늘 책이 있었다. 하루에 한 쪽이라도 읽었다. 책 읽는 게 일상 그 자체였다. 독서에 대한 태도 노 대통령은 동시 다독가로,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으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렵고 무거운 책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적절히 병행하며 여러 권을 동시에 읽던 분. 국정 운영으로 바쁠 때는 리더쉽 비서관이 먼저 읽고 요약해준 책 내용을 듣고 토론을 즐기셨다죠. 독서에 대한 열정과 생각의 몰입과 집중. 참으로 멋집니다. 시간이 없다고, 혹은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본다고 책 읽을 시간을 강제 삭제해버리는 저에게는 참 귀감이 되는 분입니다. 글쓰기 절반 정도 읽고 있는 중인데, 글쓰기와 창의력은 치열한 생각과 독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부분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결국 글을 잘 쓰기 ..
제 마음이 어지러울 때 큰 길라잡이가 된 불교 서적들이 있는데, 「선의 나침반」, 「법구경」 이 그것입니다. 둘 다 20대 때 불교철학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다가 만나게 된 책들로, 불교를 종교가 아닌 철학이자 삶의 진리로 느껴지게 해주었어요. 그러다가 작년 말, 어디선가에서 마주한 아잔차 스님의 '의자를 내주지 마라' 는 짧은 글귀가 마음에 들어 검색해 보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절판된 책이라 제값보다 훨씬 비싼 값에 중고로 구입하였지요. 22년 연말부터 이 책을 아침에 조금씩 읽기 시작하여 어느 새 두 번째 읽고 있는 중입니다. 이 책은 속세를 떠난 수행자들을 위한 아잔차 스님의 법문을 모아둔 책입니다. 아잔차 스님은 한결같이 '오직 그대 자신의 마음만을 알아차리고 집착과 분별심을 내려 ..
옴(Oṃ , null) 불교에서 의식을 행하거나 수행할 때에 염송하는 진언(眞言)의 최초에 오는 소리로서, 이 옴(ॐ, oṃ, 한역 "唵")자는 귀명(歸命), 비로자나불 등의 신성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불교에서 사용하는 언어이지만, Oṃ은 그 발생지인 인도에서 고대의 베다시대부터 사용된 신성한 소리이다. 우파니샤드의 각 장마다 그 처음이 옴으로 시작된다. 옴은 보통 Oṃ으로 표기하지만 본래는 auṃ이다. a는 비쉬뉴(viṣṇ), u는 쉬바(śiva), ṃ은 브라흐마(Brahmā)를 나타내며, a는 창조, u는 파괴, ṃ는 무(無)를 상징한다고 한다. 또는 a가 창조, u가 유지, ṃ이 파괴를 뜻하며 auṃ은 곧 온 우주의 창조와 유지와 파괴를 뜻한다고도 한다. 이 말은 우주 만유의..
2022. 3. 6. 21:32 최근 두 가지의 에피소드를 통해 새삼 나이를 먹어 간가는 즐거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 지인에게 참으로 흥미롭고 뿌듯한 에피소드를 전해 들었습니다. 지인은 평생 두 발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넘어져 다칠까봐 무서웠대요. 어느 날 지인의 자녀가 자전거를 탈 때 지인도 도전하였다고 합니다. 여태 무서웠던 그 마음을 꾹 참고 '용기'를 내었더니 금방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고 해요. 뿌듯해하는 지인만큼 제 마음도 정말 뭉클했습니다. 평생 무서워서 시도해보지 못했었는데 어느 새 용기를 낼 마음의 힘이 생겼고, 또 자녀덕에 용기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지인이 참으로 멋져 보였습니다. 그래, 그런 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아니겠나,..
최근 튀르키예 남동쪽 지역에서 강진으로 인해 수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속에서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전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해 가을 우리나라 서울 한 복판에서는 백여 명의 사람들이 압사하는 참사가 있기도 하였지요. 각종 비극적인 재난과 사건 사고는 끊임 없이 우리의 삶과 공존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스트레스를 느끼고 심적으로 힘들어 하는 어른들이 많은 것처럼, 아이들과 청소년들 또한 두려움과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사건 사고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모습을 걱정하지만, 이는 아이들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음을..
사람은 태어나서 영, 유, 아동기를 거치면서 크고 작은 상처들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잘 모른다. 자신이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그러다가 사춘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과거의 상처를 회복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내분비계의 변동과 성장 속에서 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꿈, 적개심 그리고 사랑 받고 싶은 욕구의 소용돌이로 인한 감정과 충동의 무정부상태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수립해 나가는 시기인 것이다. 권위에 반대하고, 반항하고, 부모를 떠나 이성과 정을 나누고, 삶에 대한 외적 통제와 내적 통제 간의 충돌 속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다. 이 시기를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친구, 이성, 동료, 가족, 선생님이나 사회지도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마치 충격을 흡수하는 범퍼..
1. 이 지구에 인간이 존재해 온지 오래 되었다. 각 시대별 인간들의 삶의 겉모습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르지만, 그 이면에 인간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돌을 쪼개어 도구를 만들고 수렵채집사냥을 하던 시기나 어디서든 통신 연결이 된 휴대폰만 있으면 쇼핑과 대인관계가 가능한 지금이나 인간은 생존본능, 욕구와 추동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아닌가. 뇌가 여러 측면에서 진화해 왔지만, 깊은 수준의 뇌(흔히 파충류의 뇌)의 작동은 변함없다고 본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문명을 가져온다고 돈을 창출해 내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온갖 유튜버들이나 기업들이 떠들어 대지만, 그 새로운 문명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저 인간, 하나의 사람일 뿐이다. 2.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 대해 기대가 되고 설..
내담자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쉬운 말 같지만, 참으로 쉽지 않다. 비어 있지 않으니 바로 묻고 들어가야 할 것이 한 템포 두 템포 늦어지게 된다. 바로 갈 길을 에둘러 돌아가게 된다. 때로는 길에서 한참 벗어났다가 1-2회가 지나서야 본 길로 들어가게 된다. 물론 작은 골목길도 언젠가 지나가야 할 길이고 본 길로 바로 들어가기 어려워 하는 이들에게 골목길 탐험은 좋은 연습기회가 된다. 하지만 내담자에게 필요하여 골목길 먼저 탐험하는 것인가 아니면 치료자가 비어있지 못해 방황하는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모른다, 하는 마음으로. 무슨 마음일까, 하는 마음으로. 그러면서도 꿰뚫어 보는 마음으로. 오늘도 반성하고 또 반성. 헛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