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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월. 두 돌, 생일 축하해. 본문

부모가 되어가는 여정/육아일기

24개월. 두 돌, 생일 축하해.

담연. 2025. 12. 11. 01:26

생일이 좀 지나긴 했지만. 흠흠. 

 

두 돌 선물은 25년 사진앨범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11월 한 달 동안은 25년 한 해의 사진과 동영상 중 인화할 장면들을 선택하는 작업을 했다.

5천 개에 육박하는 사진과 동영상 중 천 개를 선별했고, 

그 중 절반 이상을 덜어내야 하는 과정에서 크나큰 고통을 느꼈다.

아니 이렇게 이쁘고 소중한 순간의 사진인데 어떻게 제외해? 하는 마음과 수없이 싸웠다.

그러다 결국 포기하고 680여장을 인화했다. 인화값만 10만 원이 들었다. 

알리와 네이버를 샅샅이 뒤져서.. 가장 많은 장수가 들어갈 것 같은 앨범을 주문했다.

앨범에 사진을 붙이면서 수십 장을 또 제외시켰고.. 

최대한 많이 붙이기 위해 사진을 오리고, 겹쳐 붙이고.. 등등... 

결국 앨범이 빵빵해져서 앨범커버에 들어가지 않는 사태 발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완성하니 그리 뿌듯할 수가 없었네. 

 

+_+_+_+

 

그간 아기의 발달 사항을 기록해 보면.. 

 

가장 큰 변화는 발화 부분이다. 23개월 말부터 발화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매일 새로운 단어와 표현이 나왔다. 단어나 동사를 듣고 바로 따라하는 것도 늘어 났다. 3개 단어를 연결하거나 나름 두 문장으로 상황을 설명한다. 다만 반복해서 특정 단어나 표현을 사용하는 건 얼마 안됐고, 아직 의문형 질문도 하지 않는다. 신기한 건 부사를 상황에 맞게 잘 쓴다는 것. 찰떡이다. 

 

가령, 아기가 외출 시 아쿠아슈즈를 신길래 "그거 발 시릴거야~" 하니까 "딱 조아~" 라고 했다. 너무 놀라 뒤질뻔.. 책에서 날씨에 맞지 않게 옷 입는 캐릭터의 대사였기 때문이다. 

 

11월 초(23개월)부터 한 달 동안 나온 발화는,

아직, 또, 안쨔(앉아), 타, 안대(안돼), 찍찍빠(그림그려진 오빠), 하빠(하~노래가 나오는 CD오빠), 책빠(CD책자 오빠ㅋㅋ), 바지, 나도, 톡~, 베베엄마, 베베아빠, 베베, 야오, 베베엄마풍선, 베베엄마 아파 다 아파, 찌(씨디), 모두 챱챱(자리에 착착), 엄마 어디찌~, 쬬~(줘), 탑, 판다, 방, 주방, 좁아, 엄마잘한다, 후다닥, 쯔(끝), 엄마똔땁꼬(엄마손잡고), 책보자, 같이타자, 맴매, 매미, 체체(차례차례), 치(쉬), 젖소, 파티, 엄마한번, 엄마떼줘, 푹자, 이케(이렇게), 엄마잔다, 쉿!, 이책보자, 엄마바지, 춥다, 뽀득뽀득, 씻자, 비켜, 장대(화장대), 삐용잡아, 세모네모, 삐용야오 쯔이야오 엄마치워(엄마보고 애들 토한거 치우라는 말임), 치킨, 돼(돼지), 새츄(새츄르), 내 풀, 내 테푸, 산토끼, 엄마베베핀하뛰어(엄마 '베베핀하' 노래 틀고 뛰어!!), 딱딱, 딱조아~, 뛰어~~~, 찻~따~(찾았다), 또쬬~(도와줘), 빠디뻐떠(바지벗어), 탄물땃물(찬물 따뜻한 물) + a. 

 

 

그리고 놀이가 정말 무궁무진하다. 

11월 초에는 아파~ 추워~ 상황극을 수만번 했고... 자기를 베베(or 매미)라고 칭하고 나를 베베엄마(or 매미엄마)라고 칭하며 역할극도 하고, 특정 시나리오(ex.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는 친구와 내려오는 친구가 부딪혀 쿵 등등등)를 반복하고.. 각종 장난감과 피규어들을 데리고 와서 극에 몰두하기도 하고. 조금 아픈 이야기지만, 부부 간 설전이 있던 다음 날 아기가 장난스럽게 두 피규어가 막 싸우는 상황을 연출했다. 누가 화났어? a가 b의 말을 안들어 줘서 b가 화났어? 사과해야겠네, 괜찮다고 해야겠네, 하는 시나리오로 유도해서 반복하며 해피엔딩을 연출하도록 도왔지만.. 너무 속상했고 반성이 됐고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도 했다. 아기는 다 보고 느끼고 있다. 

 

노래가사에 맞춰서 율동도 하고, 책의 내용을 더 정교하게 재연하기도 하고, '밤에 달님이 나와서 뾱~하면 하얀 풍선이 알록달록해진다'는 표현을 손짓으로 다 따라하고, "어푸푸푸푸~엄마~~~"라며 머리감는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기도 하고, .... 아기의 표현력과 소통력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변기에 앉아서 응가/쉬 책을 보면서 자기도 쉬를 해보기도 하고, 실제 오늘은 스스로 기저귀 벗고 놀다가 쉬가 마렵다며 변기에 가서 쉬를 성공하기도 했다. 왠지 낮에는 곧 기저귀를 뗄 것 같기도. 

 

욕조 씻는 게 귀찮아서 안해주던 욕조 목욕을 몇 번 해줬더니 너무너무 좋아한다. 안에서 피규어들이랑 너무 잘 논다. 

 

참, 가을에 각종 열매 수집에 열을 올렸다. 나는 열매나무가 그렇게 많은 줄 이번에 알았네... 매일매일 나가서 새로운 열매를 따와서는 그걸로 친구들 밥도 주고 자기도 먹고 나도 먹고 요리도 하고 등등등..... 

 

요즘은 외출할 때 꼭 내가 자주 들고 나가는 캔버스 가방을 아기가 매고 나간다. 거의 발목까지 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출하자고 하면 분주하게 그 가방에 자신의 장난감(데리고 갈 친구들)들을 챙겨 넣는다. 그때그때 다른 구성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내 발에 나도 모르는 상처와 피딱지가 앉아 있었는데, 아기가 그걸 보자마자 부리나케 뛰어가 약통을 들고와서는 반창고를 붙여줬다. 그 전 매우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 어떡해.. 잊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거실 가운데 아기 책상을 빙 둘러 손잡고 산책도 하고, 뛰어~~~라며 온 가족을 뛰게 만든다. 뛸 때는 꼭 내 손에 자기 친구들이나 풍선이나 책빠 하빠나 씨디를 쥐어준다. 같이 뛰어야 한다. 잡고 잡히는 놀이.

 

음...

 

유모차를 안탄지 한 달 넘은 것 같다. 외출 시 꼭 손잡고 나가지만 한동안은 거의 안겨 다니길 원했다. 아파트 안에 들어오면 잘 걷긴 했는데. 최근에는 안기기 보다 손잡고 걷는 걸 더 좋아한다. '산책은 랄랄라' 책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고마워 책아.. 

 

집 정리를 할 때 아기가 많이 도와준다. 바람직한 일꾼이다. 지시를 잘 알아듣고 수행이 정확하고 마무리도 잘한다. 믿음직스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때 늘, "우리아기 오늘도 건강하게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우리 아기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 라는 말을 하다가 최근에 "오늘은 뭐가 제일 좋았어?" 라고 물어보는데 때마다 아기는 망설임없이 "엄마!" 라고 한다. 질문을 이해하고 답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냥 너무 좋다. 퇴근하고 오면 반가운 얼굴로 달려와 안기고 "엄마 조아~" 라고 한다. 그러면 가슴에서 힘이 펄펄 난다. 헤헤... 아침에 출근하는 날이라고 하면 속상해하고 삐지고 삐죽거리는 게 늘긴 했지만. 

 

아, 감정표현. 외출 시 갖고 싶은데 못하는 게 생기면 입 삐죽거리고 입술 내밀고 두 팔 감싸고 몸을 베베 꼬며 토라져 있다. 한 5분 정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다.. 이쁜짓 시키면 그 표정 그대로 볼에 손가락을 갖다 찌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전히 입면까지의 소요 시간은 1시간이 기본이다. 자기 전까지 발을 그렇게 내 바지나 윗옷 속에 넣고 빼고 넣고 빼고.. 너무 지친다. 잠드는 시간도 밤 10시~10시반으로 늘어났다. 낮잠은 1시간반~2시간 정도 잔다. 피곤함이 쌓이면 세 시간도 잔다. 

 

밥도 잘 떠먹으면서 좋아하는 반찬만 홀라당 먹고 손을 안대서 떠먹여야 하고, 떠먹일 때 온갖 장난감, 노래, 상황극이 필요하다. ㅜㅜ 할미랑 먹을 때는 그냥 잘 먹는다는데... 나한텐 왜그래 아기.... 

 

어린이집은 세 돌 지난 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 때 꼭 원하는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등하원이 힘들겠지만 말이다. 단지내 국공립도 있지만, 내가 불편하더라도 건강한 곳에서 건강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두 돌 날 낮에, 평산책방에 갔다. 일부러 책방지기 출근 시간에 맞춰서. 

"건강하게 자라라. 오, 오늘이 생일이구나. 이 책과 오늘의 방문이 좋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우리 아기도 낯설어 얼어 있었지만, 분위기가 싫지 않았는지 평산책방에 가자고 하면 응! 한다. 

 

밤에 엄빠랑 할미랑 생일케익에 초를 꽂아 축하를 해줬다. 아기는 후~를 멋지게 성공했다. 두 번이나. 

그 다음 날, 할미랑 노는데 생일축하합니다 라는 말을 하면서 장난감으로 케익을 만들고 노래부르고 초를 끄는 놀이를 했다고 한다. 이후 자주 셀프생축파티 함.  ㅋㅋㅋㅋㅋㅋ

 

++++

 

육아는 최고의 덕질이라는 짤을 보았다. 정말 극공감한다. 내 최애가 나만 바라봐주고, 내 최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순간을 나는 1열에서 직관하고 있다. 내마음대로 뽀뽀도 하고 볼도 만지고 엉덩이도 만지고 꼭 끌어 품에 안고 쓰다듬을 수 있다. 해주고 싶은 좋은 말 다 해줄 수 있다. 사랑의 눈빛을 보내면 내 최애도 내게 눈빛을 보내준다. 

 

아기와의 교감이 점점 더 강해지고, 정교해진다. 일방이 아니라 쌍방으로. 이러한 시기에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같이 붙어 있는다고 해서 좋은 감정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기회가 줄어든다는 건 안타까운 점이다. 나도 일주일에 절반은 떨어져 지내지만, 붙어 있는 시간 동안 만큼은 아기가 온전히 수용되고 무조건적으로 존중받는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경험들이 아기 평생의 자산이 되어, 나중에 혹여나 혼자가 되더라도 혹은 고난이 오더라도 잘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만 가득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더 성숙되어야겠지. 

 

 

 

우리 아기. 두 돌 축하해. 고마워. 사랑해. 온 마음 다해 너를 보살필게. 너가 친구들을 더 좋아하기 전까지만....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