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연(湛然), 평온하다, 맑다, 완전히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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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어가는 여정/육아일기

23개월을 맞이하며. 25년 연기대상은 바로 너

담연. 2025. 11. 2. 00:40

모든 행동과 인지와 감정이 섬세해져간다. 

 

특히 놀이에서 확연히 느껴진다. 

 

상황극, 역할놀이에서 자기만의 레퍼토리가 있고, 역할을 바꾸거나 스토리를 추가하는 식으로 변형할 줄 알며,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재연+재현한다. 

 

레퍼토리1. 미용실. 

외할머니가 아이 앞머리를 잘라준 날부터 미용실 놀이가 진화했다. 

그 전까지는 망토를 둘러서 머리 손질해주고 인사하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인사하고, 머리 손질을 하고, 커트를 하고, 머리를 감고, 인사하고 마무리를 한다. 

이것을 반복한다. 

 

머리를 만지는 손길도 예사롭지 않다. ㅋㅋㅋ

 

레퍼토리2. 그네에서 양보하기.

스티커북의 놀이터 그림에 작은 그네가 있다. 아기가 그림 위에 앉는다. 다른 친구들(다양한 피규어들이나 장난감들ㅋ)이 아이에게 다가와 "나도 탈래, 양보해줘(=>내가 읊어야 하는 대사)" 라고 요청한다. 아기는 "으으으응" 하며 거절한다. 그럼 친구들은 "힝~ 삐졌어~ 너랑 안놀아~갈래(=내 대사)" 하며 '총총총(=>빠뜨리면 안된다)' 자리를 떠난다. 그럼 아기가 일어나서 그네를 두드리며 "탸~탸~(타)" 한다. 그제서야 친구는 그네를 탄다. 그럼 아기는 다시 자기가 타겠다고 하는데, 친구가 양보해주지 않는다. 그럼 아기는 삐진 척 슬픈 척 속상한 척 고개를 옆으로 떨구고 몸을 꼬으며 자리를 뜬다. 그때 나는 아니 친구는(ㅋㅋ) "타~~" 하고, 아기는 와서 그네를 타며 고마운 표시를 한다. 

 

레퍼토리3. 꽈당~

자전거를 타거나 그네에서 서서타는 것을 흉내내다가 바닥에 철푸덕 엎드린다. 그럼 나는 "아기 넘어졌어~~? 어디아파~~? 호해줄까??" 라며 호들갑 떨며 다가간다. 아기는 손짓으로 떨어진 이유를 설명하는데 내가 그것을 보면서 "아~자전거가 휘청휘청해서~" 라고 읽어주고, 아기가 자기를 두드리면 "아~ ㅇㅇ이가~" 라고 읽어주고, 아기가 바닥을 두드리면 "아~넘어져서 아야했어~" 하면 "응!" 한다. ㅋㅋㅋㅋㅋㅋ

 

레퍼토리4. 풍,헌~휘이잉~

바람이 많이 불던 어느 날 풍선이 바람에 날아갔다. 그날 이후... "풍,헌~휘이이이~" 하며 엄청 속상해 했다. 그래서 내가 장난감버스(일명 야오버스)로 풍선에게 전화를 걸어 얼른 집으로 오라고 했고, 몰래 풍선을 들고 나가서 벨을 눌러 풍선이 집에 왔다고 알려줬다. 그 이후......ㅋㅋㅋㅋ 아기는 내게 스케치북에 풍선을 그려달라고 하고, 그 풍선이 휘이이이~ 날아갔다고 손짓하고, 야오버스를 들고와 전화를 하라고 요구한다. 그럼 아기는 저어기 어디로 가서 허공에서 풍선을 "툑~" 잡아와서는 매우 기뻐한다. 풍선이 집에 돌아왔다고... 

 

그 외에도.. 역할놀이 상상놀이 하면서 웃고 삐지고 소리치고 난리난리... 보고 있으면 정말 심장이 아프다. 

 

 

요즘 홀릭1. 풍선.

거의 매일같이 다이소에 가서 풍선을 사온다. 

아기 텐트에 풍선이 수십개다.

 

근처 골목에 동그란 전등(=아기에게는 풍선으로 보임)으로 꾸며진 곳이 있는데, 낮에는 백색, 밤에는 알록달록 색을 띈다. 

거의 매일같이 가서 알록달록 풍선들과 인사를 하고 오는데 

"깜깜한 밤이 되어 달님이 나타나서 손으로 뾱~ 하면 하얀 풍선이 알록달록(손을 돌리며 표현)해져~"라고 가르쳐 줬더니

이것을 반복하며 좋아한다. 

 

홀릭2. 하,빠. 빠책. 

빈소년합창단 소년들의 모습이 찍힌 씨디를 애착인형처럼 들고다니는데... 19번 트랙 wellerman 곡을 아주 좋아한다. 그 곡에서 중간중간 '하!' 하는 추임새가 있다보니, 이 cd를 '하! 빠(오빠)'로 칭하고, cd 가사집을 '빠(오빠) 책' 이라고 부른다. 외출나가서 오빠들을 산책시켜주고, 풍선도 보여주고... 밥도 같이 먹고.. 엄빠가 주는 밥은 안먹으면서 오빠가 주는 밥은 넙죽넙죽 잘도 받아 먹는다. 

 

 

 

옆에, 앞에, 뒤에, ~한테, 

베베 책, 빠 책, 빠 집, 또 풍헌(구매한 풍선 내놓으란 소리ㅋ), 

타~ 

 

정도로 발화가 늘어난 것 같다. 

 

 

 

내가 특히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들은

내가 아기에게 해주었던 것들, 가량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한다던가, 콜록콜록 시 등을 두드려 준다던가, 먹을 것을 나눠준다던가,

하는 것들을 아기가 내게 해주는 때이다.